대법원이 '노란 봉투법'의 핵심 취지와 유사한 판결을 내렸습니다. 파업으로 손해를 봐도 조합원 개인에게 노조와 같은 정도의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는 겁니다. 6월 국회처리에 힘을 받게 됐지만 대통령은 또 거부권을 행사할 것으로 보입니다.
대법원 '노란 봉투법' 힘 실은 판결
현대자동차가 불법파업으로 손실을 입었다며 비정규직회 노조원 4명을 상대로 2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에서 대법원이 1,2심 판결을 뒤집었습니다. 1, 2심 재판부는 현대차의 손을 들어주었지만 대법원은 노동자 개인이 조합과 동등한 책임을 지는 건 불합리하다며 원심을 깨고 부산고법으로 사건을 돌려보냈습니다.
그동안 판례에 적용되던 민법상의 원칙, 공동으로 불법 행위를 저질러 손해를 끼쳤다면 책임 비율을 개별적으로 따지지 않는다는 것을 깨고 조합원 개인의 역할과 지위, 가담 정도 등을 따져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수의 결정에 따른 파업의 책임을 노동자 개인에게 노동조합과 똑같이 묻는 건 노동자의 단결권과 단체행동권을 위축시킬 우려가 있다고 밝혔습니다. 다시 말해 손해배상이 무서워서 파업을 못해서는 안 된다는 겁니다. 또 회사 측의 손해액 계산 방식에 대해서도 새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추가 근무 등을 통해 부족한 생산량을 만회했다면 손해로 봐서는 안 된다고 판단했습니다.
현대차 노조 불법파업 손배소 판결(23.6.15)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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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내용 | ▲2010년 11월~12월 현대차 비정규직 노조 생산라인 278시간 점거, 조업중단 |
핵심쟁점 | ▲노조원 전원 '연대책임' 또는 가담 정도에 따라 '개별 책임'을 지는지 여부 |
대법원 판단 | ▲개별 조합원의 쟁의 참여 정도, 손해 발생 기여 정도 등을 종합 고려해 책임 판단해야 |
대법원의 판결은 하급심의 기준이 됩니다. 유사한 소송들에 영향을 미쳐 노란 봉투법이 사실상 통과된 것과 같은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됩니다. 당장 작년 대우조선이 파업 노동자 5명에게 400억 원의 손해배상을 청구한 소송도 같은 판결이 내려질 것으로 전망됩니다.
재계는 강하게 반발하는 분위기입니다. 당사자인 현대자동차는 산업계에 미칠 파장이 우려된다는 입장을 밝혔고 전경련은 이제 파업으로 인한 피해를 사용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며 우려하는 내용의 논평을 발표했습니다. 반면 노동계는 노조를 파괴하는 수단으로 사용된 사측의 무분별한 손해배상 소송에 제동이 걸렸다며 국회에서 논의 중인 노란봉투법의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습니다.
재계 입장 |
노동계 입장 |
▲회사가 개개인 가담 정도 파악하고 입증하기는 사실상 불가능 "손해배상 청구를 원천 제한하는 것" ▲민법은 공동불법행위 참가자에 대해 전원 연대책임 부과, 민법과 안 맞아 |
▲노조 파괴하는수단으로 사용된 무분별한 손배 소송에 제동 ▲노란 봉투법 조속히 처리해야 |
노란 봉투법의 시작‥노란 봉투에 담은 4만7천 원
노란 봉투법이란 무엇일까요? 노란 봉투법의 역사는 2009년 쌍용자동차의 파업사태에서 시작됐습니다. 당시 쌍용자동차는 중국 상하이자동차로 매각됐고 회사 측은 구조조정을 이유로 2,646명을 정리해고합니다. 노조는 77일간 파업을 벌였고 사측은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을 청구했습니다. 2013년 법원은 쌍용차 노동자들에게 47억 원의 배상 판결을 내렸습니다.
손해배상 책임과 가압류의 경제적 고통에 몰려 무려 30여 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끊었습니다. 시민들이 노란 봉투에 4만 7천 원의 성금을 담아 전달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10만 명이 모이면 47억 원을 만들 수 있다는 캠페인이 벌어졌고 노란 봉투법의 시작이 됐습니다. 당시 가수 이효리씨도 캠페인에 참여하며 동참을 호소하기도 했습니다.
2014년 당시 이효리씨가 아름다운 재단에 보내 온 편지 안녕하세요. 가수 이효리입니다. 추위와 폭설로 마음까지 꽁꽁 얼 것 같은 요즘 다들 안녕하신지요. 제가 이렇게 펜을 든 이유는 노란봉투 캠페인에 동참하고 싶어서입니다. 지난 몇 년간 해고노동자들의 힘겨운 싸움을 지켜보며 마음속으로 잘 해결되길 바랄 뿐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해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제 뜻과 달리 이렇게 저렇게 해석되어 세간에 오르내리는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아이엄마의 편지가 저를 부끄럽게 만들었습니다. 아이의 학원비를 아껴 보낸 4만7천원, 해고 노동자들이 선고받은 손해배상 47억원의 10만분의 1, 이렇게 10만명이 모이면 그들과 그들의 가족을 살릴 수 있지 않겠냐는 그 편지가 너무나 선하고 순수해서 눈물이 났습니다. 그 편지는 너무나 큰 액수다, 또는 내 일이 아니니까 어떻게든 되겠지, 모른 척 등 돌리던 제 어깨를 톡톡 두드리는 것 같았습니다. 너무나 적은 돈이라 부끄럽지만, 한 아이엄마의 4만7천원이 제게 불씨가 되었듯, 제 4만7천원이 누군가의 어깨를 두드리길 바랍니다. 돈 때문에 모두가 모른 척 하는 외로움에 삶을 포기하는 분들이 더 이상 없길 바랍니다. 힘 내십시오.. 2014.2.14 효리 |
노란 봉투법 쟁점과 6월 임시국회 전망
노란 봉투법의 정식 명칭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 개정 법률안'입니다. 야당의 주도로 지난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를 통과한 뒤 본회의에 직회부됐습니다. 6월 임시국회 표결을 앞두고 있습니다.
핵심 쟁점은 크게 3가지입니다.
첫째, 사용자의 범위를 확대하는 것입니다. 원청기업이 직접 근로계약을 체결하지는 않았지만 하청업체 노동자들에 대해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지시하는 만큼 사용자로 간주하겠다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하청과 특수고용 노동자들도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할 수 있습니다.
둘째, 노동쟁의 대상을 확대하는 것입니다. 근로조건의 결정에 관한 사항에서 '근로조건'에 관한 사항으로 확대해 기존의 임금 협상에 더해 단체협약 불이행 같은 경우에도 파업을 할 수 있게 됩니다.
셋째, 노동쟁의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인정 시 배상 의무자 개별로 각각의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책임 범위를 정하는 것입니다. 현대차 파업에 대한 이번 대법원의 판결과 바로 연결되는 내용입니다. 이 때문에 여당은 대법원이 야당이 추진하는 노란 봉투법에 힘을 실어주는 결정을 내렸다며 비난하고 있고 야당은 입법의 정당성이 분명해졌다며 반드시 처리하겠다는 입장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노란 봉투법도 거부권 행사할 듯‥양곡법,간호법 이어 3번째
노란 봉투법은 6월 임시국회에서 표결 처리될 예정입니다. 양곡법 개정안과 간호법처럼 야당의 주도로 본회의 통과가 유력합니다. 여당은 강력 반대에 나서고 대통령에게 거부권 행사를 건의하기로 입장을 정했습니다. 양곡법과 간호법에 이어 3번째 거부권 행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이는데 대법원의 판결이 나온 만큼 이전보다 부담이 큰 상황이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습니다. 쟁점 법안마다 거부권을 행사해 온 대통령의 정치력이 다시 한번 시험대에 올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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