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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 꼬리를 무는 영화 이야기

영화 '죽어도 선덜랜드' 사랑한다면 이들처럼

by 소피스트28호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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흘러간 명문구단의 명과 암

‘선덜랜드’는 잉글랜드 북동쪽 해안에 자리잡고 있습니다. 산업혁명기를 거치면서 깜짝 부흥을 이룩한 공업도시, 하지만 사양길로 접어든 굴뚝 산업의 도시는 별다른 볼 거리 없는 중소도시로 전락했고 영국인은 물론 외국인은 거의 찾지 않는 곳이 됐습니다.

알트태그-영국에서 선덜랜드 위치알트태그-선덜랜드 세부 지도
잉글랜드 타인위어주 선덜랜드 위치와 지도



이 도시엔 오랜 역사를 간직한 축구팀이 있습니다. ‘선덜랜드 AFC’. 애칭은 ‘검은 고양이’, 홈 경기장은 ‘Stadium of Light’입니다. 흰색 바탕에 붉은 줄무늬, 우리나라 고려대학교 유니폼이 선덜랜드를 닮았습니다.

선덜랜드AFC 역사와 성적
□구단 엠블럼
알트태그-선덜랜드 구단 엠블럼


□홈 구장
알트태그-선덜랜드 홈 경기장
선덜랜드 홈 경기장, Stadium of Light

Stadium of Light
□창단
1879년10월17일

□연고지
타인위어주
선덜랜드

□1부 우승 6회
1891-92, 1892-93, 1894-95,
1901-02, 1912-13, 1935-36

□2부 우승 5회
1975-76, 1995-96, 1998-99,
2004-05, 2006-07

□라이벌
뉴캐슬 유나이티드FC
미들즈브러FC

□역대 한국인 선수
지동원(2011~14)
기성용(2013~14)



축구의 태동기 맨유가 화물 노동자의 팀이었다면 선덜랜드는 교사들의 팀이있었습니다. 그 영광의 초창기 시절 6번(1891-92, 1892-93, 1894-95, 1901-02, 1912-13, 1935-36) 우승을 일궈낸 역사가 있습니다.

하지만 재정위기 속에 프리미어리그(1부 리그) 복귀, 챔피언십(2부 리그) 강등이 반복됐고 2017-18 시즌 충격의 백투백 강등을 경험하며 이듬해 시즌에는 3부 리그까지 떨어지기도 했습니다. 22-23 시즌이 진행중인 가운데 현재(22년 12월 28일) 2부에서 9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리즈시절’이란 말을 만든 ‘리즈 유나이티드’처럼 선덜랜드에게도 분명 ‘리즈’시절이 있었지만 영광을 되찾기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홈구장인 ‘빛의 구장’은 영국 내에서도 손꼽히는 아름다운 경기장이고 과거 한국의 대표선수 기성용, 지동원의 소속팀으로 한국팬들의 주목을 받았었지만 말입니다.

알트태그-선덜랜드에서 활약한 지동원과 기성용 선수
선덜랜드에서 활약한 지동원, 기성용 선수



우승 못하는 팀을 사랑하는 사람들


프리미어리그는 매년 3개 팀이 2부리그로 강등되고, 2부에서 3개 팀이 1부로 승격됩니다. ‘죽어도 선덜랜드’는 2부에서 다시 승격을 하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2017-18시즌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이 시즌 선덜랜드는 2부에서 최하위를 기록하며 3부 리그로 떨어지고 말았습니다.

알트태그-넷플릭스 바로가기
넷플릭스 죽어도 선덜랜드 바로가기



과거의 명문 구단이 1부 리그로 당당하게 복귀하는 스토리를 보여 주고 싶었는지 모르지만 결과는 정반대, 최악의 시즌, 팀 성적이 점점 악화되는 모습이 시즌 1에 고스란히 담겼습니다.

시즌 2는 구단주와 경영진, 감독이 바뀐 상태에서 3부에서 2부로 올라가기 위해 분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이미 알고 있듯 목표를 이루지 못하는 좌절과 고통이 그대로 전달됩니다.

축구의 이면, 우리가 잘 모르고 있는 구단의 운영과 뒷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긴 여정이 담담하게 그려져 오히려 잔인하다는 느낌이 들정도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팀을 사랑하는 팬들의 모습은 감동을 안겨 줍니다. 다큐멘터리 초반 사제와 팬들이 이런 기도를 올리는 장면이 나옵니다.

“신앙의 공동체로 모인 우리가 하나님께 기도를 드립니다. 선덜랜드 축구팀과 우리 도시를 위해 기도합시다.” 냉정한 현실 속에서도 “죽어도 선덜랜드”를 외치며 기도하고 박수를 보내는 팬들을 보여 줍니다.

알트태그-서형욱 칼럼 기사 바로가기
서형욱 칼럼기사 바로가기



축구팀 ‘선덜랜드’는 지역민을 결집하고 단합하며 지역 공동체의 구심점으로 여전히 작동하고 있습니다. 아직도 평균 관중이 3만 명이 넘고 승격에 대한 꿈을 버리지 않고 있습니다. 작품은 다른 팀의 팬이나 심지어 축구를 보지 않는 시청자의 마음까지 사로잡으며 호평을 받았습니다.

‘우승 못하는 팀’을 사랑하는 사람들을 간접 체험해 볼 수 있는 기회, 시즌 3 제작은 취소되었습니다.

스포츠를 대하는 자세는 삶의 태도와 같다


참담했던 시즌의 끝, 아들을 데리고 온 아버지의 목메인 한 마디는 이 다큐멘터리의 제목이 되었습니다. “죽어도 선덜랜드잖아". 이 장면에서 우리 프로야구가 떠 올랐습니다. 보살팬으로 불리는 ‘한화 이글스’의 팬들 그리고 ‘꼴데’여도 괜찮다는 롯데 자이언츠팬들 말입니다.

도대체 이 팀을 응원해야 할 이유가 어디에 있나 싶은데도 그들은 응원을 멈추지 않습니다. ‘죽어도 자이언츠’라는 비슷한 제목의 영화까지 나왔습니다.

알트태그-한화 보살팬알트태그-롯데 응원단
한화 보살팬과 롯데 응원단



축구도 야구도, 또 멀리 영국에서만 아니라 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벌어지는 건 바로 우리의 이야기, 당신의 이야기이기 때문일겁니다. ‘꿈꾸고 달려가고 힘에 부쳐 엎어지고 울고 다시 일어서서 또 시작하는 사람들’이 비단 축구팬만, 야구팬들에게만 해당하는 모습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모습입니다. 삶은 어떻게 보면 실패의 기록일 수 있습니다. 치열하고 나보다 강자가 있는 건 어쩔 수 없지만 지더라도 납득은 할 수 있기를, 스스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으면 되는 겁니다. 그것이 인생이고 우리가 제대로 살아가는 방법이니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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