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주행 신화 만든 ‘주토피아’
2023년 ‘신묘년’은 토끼해입니다.
토끼는 예로부터 그림이나 이야기 속에 자주 등장해
우리에게는 꽤 친숙한 동물로
우리 문화, 그리고 우리 삶 속 스며들어 있습니다.
십이지로 5시에서 7시,
이른 아침에 해당하는 토끼는 만물의 상생,
다산을 뜻해 농촌에선 가축으로도 사랑받았습니다.
그런데 십이지는 우리나라와 중국에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일본, 베트남, 몽골 등 아시아 문화권에도 존재하는데
문화와 환경에 따라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베트남이나 네팔에서는 고양이,
말레이시아에서는 작은 사슴이 토끼를 대신합니다.
장수와 다산에 더해 지혜까지 불러오는 토끼.
토끼의 해 2023년엔 작지만 강하고
풍요로운 대한민국이 되기를 기대하며
새해 첫 영화로 ‘주토피아’를 추천합니다.
주토피아는 2016년 2월 개봉한 애니메이션입니다.
애니메이션 영화는 어린이들이 주된 타깃으로
주로 방학 성수기에 개봉되지만
‘주토피아’는 비수기 극장가에서 뒷심을 발휘하며
470만 명을 끌어 모았습니다.
개봉 당시 ‘귀향’과 ‘데프풀’의 기세에 눌려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지만
입소문을 타며 역주행을 거듭했습니다.
'주토피아'는 시골에서 자란 토끼 소녀 주디가
경찰대를 수석으로 졸업하고 평화로운 동물 세계
주토피아에 최초의 토끼 경찰관으로 부임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애니메이션입니다.
주토피아는 누구나 살고 싶어 하는 완벽하고 평화로운 곳,
그런데 어느 날 의문의 연쇄 실종사건이 벌어지고
주디는 서장으로부터 48시간 안에 사건을 해결하라는
불가능한 지시를 받습니다.
주디는 뻔뻔한 사기꾼 여우 닉 와일드에게
협동 수사를 제안하고 함께 사건 해결에 나서
결국 사실을 밝혀내고야 맙니다.
제 89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장편 애니메이션 작품상',
제 44회 애니어워드에서 '각본상'과 '감독상'을
포함한 6개 부문을 석권하는 기록을 세웠습니다.
극 중 가젤이 부르는 OST 'Try Everything'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특유의 유쾌함과 매력적인 캐릭터로
관객들을 사로잡은 주토피아에 이어 디즈니는
새로운 이야기를 담은 6부작
오리지널 시리즈 ‘주토피아플러스(+)’를
지난해 공개해 또 한번 주목을 받았습니다.
‘주토피아플러스(+)’에서 본편의 주인공인
주디와 닉은 조연 역할을 하며 각 에피소드별
주인공들의 조력자 역할을 합니다.
에피소드가 짧아 아쉽지만 본편을 다시 보고 싶게
만들어 버립니다.
디즈니판 ‘미생’ 어른들을 위한 애니
그동안 디즈니의 작품들은
비교적 보수적이고 가족적인 소재를 다뤄왔습니다.
그러나 ‘주토피아’는 애니메이션으로는 다루기 힘든
추리와 범죄스릴러 장르로 신선함을 더했고
차별과 편견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다루었습니다.
특히 사회초년생의 고군분투를 현실적으로 녹여내며
디즈니판 '미생'이라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몸집이 작다는 이유로, '토끼가 뭘 하겠냐'는 편견으로
토끼 경찰관 주디는 중요한 업무에서 배제됩니다.
그러나 큰 사건을 잇따라 해결하며 최고의 경찰관이 됩니다.
또 사건의 원인이 초식동물인 양 때문이라는 것을
밝혀내며 육식동물이 폭력적이라는 편견도 깨버립니다.
주토피아가 우리나라에서 크게 흥행한 이유는
재미와 감동 이면에 무언가 다른 차별을 받고 있다는
관객들의 공감 때문이었다고 보여집니다.
우리사회에서 '경제적 불평등'은 갈수록 심해지고
있습니다. '개천에서 용 날 수 없다'는
무력감과 편견은 이미 강건하게 자리잡았습니다.
세상의 편견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꿈을 끝까지 쫓는
토끼 주디의 열정은 '꿈'을 잃어가는 청춘들과
'열정'과 '희망', '도전'이라는 단어를 잊고 사는
기성세대에게 큰 자극이 됐습니다.
그래서 영화에 나온 대사들은 지금도 우리에게
울림을 주기에 충분합니다.
"삶은 실수투성이야, 우리는 늘 실수를 하지"
"당신이 어떤 종류의 동물이든,
변화는 당신으로부터 시작해요"
"상처받았다는 걸 저들에게 보여주지마"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것뿐“
우리사회는 얼마나 불평등한가 ?
전 세계에 한국 문화산업의 우수성을 알린
‘오징어게임’과 영화 ‘기생충’. 포브스는 이 작품들이
한국의 깊은 불평등과 점차 기회가 줄어드는
현실을 배경으로 한 문화 수출품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상대적 빈곤율은 불평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지표로 사용됩니다.
2021년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가 발표한
한국의 상대적 빈곤율은 16.7%로
37개 나라 가운데 4번째로 높았습니다.
노인들의 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합니다.
66세 이상 은퇴연령층의 상대적 빈곤율은
43%를 넘었습니다. 빠른 고령화 속도를 복지 정책과 제도가
따라가지 못하고 있습니다.
안타깝게도 코로나를 사태를 거치면서
우리사회의 불평등은
훨씬 더 악화됐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2023년 새해를 맞아 KBS가 실시한 신년 조사에서
불평등 문제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드러났습니다.
자유 경쟁과 평등, 무엇이 중요하냐는 물음에
평등을 우선해야 한다는 답이 53%,
자유 경쟁 48% 보다 5% 포인트, 다소 많았습니다.
기득권과 불로소득에 대해선 반감이 큰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기득권층이 지배하는 세상은 바꿔야 한다는
답이 75%, 부모의 유산으로 잘 사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응답은 64%로 나타났습니다.
운동장은 더 기울어져 가고
주디가 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사람들이 갈수록 늘어나는
현실이 무척 안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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