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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 꼬리를 무는 영화 이야기

영화 ‘알카라스의 여름’ 태양광에 갇히는 ‘농촌’

by 소피스트28호 2022. 12.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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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가 그들의 삶을 흔드는가 ?

 

알트태그-스페인 카탈루냐의 농촌 모습. 집들 사이로 농경지가 있다.
스페인 카탈루냐의 농촌 모습

알카라스는 스페인 카탈루냐의 작은 마을입니다.

영화의 주인공 솔레 가족은 3대가 모여 사는 대가족입니다.

가족이 모두 복숭아 농장을 일구며 살아 왔습니다.

스페인의 찬란한 햇살이 복숭아를 키우는 사이로

아이들이 뛰어노는 모습이 그려집니다.

 

아이들이 노는 모습은 연기인지 실제인지 한눈에 알아보기 어렵습니다.

어쩌면 이건 다큐멘터리? 하는 생각이 들 만큼 그렇습니다.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농부이거나

농부 가족 출신들과 현지어를 할 수 있는 현지인 배우를

캐스팅한 덕분입니다.

 

지주의 아들이 태양광 패널 사업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평화로운 일상은 그만 깨지고맙니다.

복숭아 농장을 없앤 뒤 태양광 패널 사업을 하겠다며

가족에게 나가달라는 통보를 한 겁니다.

위기 상황 속에 복숭아마저 제값을 못 받지 못하고

가족의 삶은 뿌리째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가족의 미래를 두고 대립사태까지 빚어집니다.

저항을 택하는 쪽과

현실을 받아 들이는 쪽으로 나뉘어져 갈등을 빚지만

감정의 진폭은 크지 않습니다

복숭아 나무 앞에서 커다란 엔진소리를 내고 있는

포클레인을 비추며 영화는 끝이납니다.

 

영화는 올해(2022) 2,

27회 베를린국제영화제에서 황금곰상을 수상했습니다.

신예 카를라 시몬감독의 2번째 장편 영화입니다.

시몬 감독은 누구에게나 가족이 있고 모든 나라에 농업이 있다.

이것은 보편적인 주제라고 수상 소감을 밝혔습니다.

 

3년 만에 개막한 부산국제영화제에도 초청돼

우리 영화팬들에게도 선을 보였습니다.

 

우리농촌도 태양광에 갇히고 있다.

 

영화에서 등장하는 직접적인 위기 요인은 태양광 발전입니다.

이미 우리 농촌에서는 산을 깎고, 작물 대신 태양광이 논밭을

뒤덮고 있습니다. 태양광이 가장 많이 설치된 곳은 '농촌'입니다.

전체 발전사업용 태양광 시설 중 89%가 농촌 지역에 설치돼 있습니다.

시설이 난립하면서 부정적인 시각이 팽배해 있는 상황입니다.

 

신재생에너지 확대는 거스를수 없는 흐름이지만 지금같은 방식은

갈등만 유발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습니다. 태양광 설치가

확대되면서 농지 임대료가 올랐고

땅을 임차해 농사짓는 이들에게는 경제적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태양광 발전의 혜택은 농사를 짓지않는 부재지주,

외지인에게 돌아갑니다.

실제 농사를 짓는 농업인이 참여한 태양광 사업은

2016년부터 2020년까지 누적 0.85%에 불과하다는 통계가 있습니다.

 

공익법률센터  '농본'은  '농촌 태양광의 쟁점과 과제'를 통해

농사를 지으면서 태양광 발전도 하는 영농형 태양광으로전환하고

발전 수익이 농민들의 소득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하는 방안을

제안했습니다.

 

실제로 독일은 태양광 시설을 건설하면

정부가 20년간 전기를 '고정가'로 구매하는 정책을 시행했습니다.

당시 석탄으로 만든 전기보다 4배 이상 비쌌지만

정부가 초기에 일정 수익을 보장해주며 감수한 겁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도

농촌 태양광 정책을 추진하기 위해서는

농촌의 공익적 가치와 장기적인 식량 안보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합니다.

 

탄소 순 배출량을 ‘0’으로 줄이는 탄소중립에 따라

나라마다 목표를 세우고 신재생에너지 도입을 확대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재생에너지 확대 흐름을 따라잡지 못하면 수년 안에

우리는 큰 어려움에 처할 수밖에 없습니다.

 

알트태그-농촌마을 나무를 베어 낸 들판에 태양열 전지판이 가득 들어섰습니다.
농촌 들판에 세워진 태양열 발전시설
 

세계화의 약자 농업’.. 언제까지?

 

영화에서 그려진 솔레 가족의 위기는  '전통의 해체' 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여집니다. 인류의 오랜 직업인 '농업'은

산업화, 세계화에 밀려 뒷전으로 내몰리고 있습니다.

시대에 밀리고 현실에 눌리는 스페인의 모습이

우리 농업, 농촌과 너무나 닮은꼴이어서 가슴이 아리기도 합니다.

 

우리 농업, 농촌은 또 한번 시장개방의 큰 파도 앞에 놓여 있습니다.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 경제동반자협정’ CPTPP인데요

정부는 지난 4월 가입을 의결했습니다.

 

일본과 호주, 멕시코와 같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 11개 나라가 참여하는

'다자간 FTA'인 셈입니다. 전 세계 GDP13%, 무역의 15%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데 그 잠재력을 보고 지난해 영국, 중국이 가입 신청을 했고

미국의 복귀 가능성도 있습니다.

 

다자 자유무역협정 중에서도 최고 수준인 개방률을 두고

희비가 엇갈리고 있습니다. 자동차, 철강업계 등에서는

관세가 사라져 멕시코를 비롯한 세계시장점유율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산업연구원은 15년간 순수출액이

연평균 최대 9억 달러 증가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습니다.

 

문제는 농축수산업입니다.

호주와 칠레 같은 농업 강국이 포함돼 있는데다

, 복숭아 등 미수입 품목에 대한 개방요구도 예상되기 때문입니다.

농민단체는 농산물은 95% 이상,

수산물은 100% 관세가 철폐돼

기존 FTA와는 비교할 수 없는 피해가 발생할 것이라며

반대하고 있습니다.

 

2023년부터 가입 신청 절차가 본격화 될 것으로 보입니다.

먹거리 주권의 포기라는 농업계의 반발이 거센 상황,

따라서 가입때까지 협상 과정에서 적잖은 진통도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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