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11월 6일을 기해 공매도를 전면 금지했습니다.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는데 논란도 일고 있습니다. 세계적 기준에 맞지 않는 결정으로 신뢰도를 떨어뜨리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됩니다.
공매도(空賣渡)란 무엇인가?
공매도(空賣渡)의 공(空)자는 한자로 '빌 공'자입니다. 직역하면 "없는 것을 판다"는 겁니다.
공매도는 내가 갖고 있지 않는 주식을 빌려서 팔고 낮은 가격에 되사는 행위입니다. 영어로는 숏 스톡 셀링(short stock selling), 줄여서 숏이라고 합니다. 통상적으로 물건을 사고 파는 개념으로는 이해가 되지 않는 방식인데 예를 들어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주가가 만 원인 A주식이 있습니다. 증권사에서 A주식 100주를 빌려 100만 원에 매도합니다. 그런데 일주일 뒤 주가가 7천 원으로 떨어지면 하락한 주가로 100주를 사서 이전에 빌린 100주를 되갚는 겁니다. A주식 100주를 70만 원에 매입했으니 30만 원 시세 차익을 거두게 됐습니다.
□공매도 □숏 스톡 셀링 (short stock selling) |
□ 향후 주가 하락이 예상되는 종목을 주식으로 먼저 빌려 매도한 다음 그 종목의 가격이 실제로 떨어졌을때 싼 값에 매수하여 빌린 주식을 되갚아 이익을 실현하는 투자기법 □ 반대로 주가가 오르면 손해 발생 |
우리나라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2011년 유럽의 재정위기, 2020년 코로나19 사태 당시 금지한 바 있습니다. 2023년 11월 6일을 기해 또 다시 금지되면서 네 번째 금지 조치가 됐습니다. 우라나라 증시에서 공매도가 차지하는 비중은 코스피 0.6%, 코스닥 1.6% 정도입니다.
역대 국내시장 공매도 금지 사례 | |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
2008년 10월 1일~ 2009년 5월 31일까지 8개월간 전종목 공매도 금지 |
2009년 유럽 재정위기 |
2009년 8월 10일~ 11월 9일까지 3개월간 전종목 공매도 금지 |
2020년 코로나19 사태 |
□ 시장 안정조치 목적으로 2020년 3월16일~ 9월15일까지 6개월간 전종목 공매도 금지 □ 이후 두 차례 더 연장된 바 있음 □ 2021년 5월 3일부터 코스피200과 코스닥 150지수 구성 종목에만 공매도 허용하며 점차 완화 조치 |
2023년 11월 16일 4번째 금지 조치 |
2023년 11월 16일~ 2024년 6월 말까지 8개월간 금지 |
공매도 금지 논란과 우려
정부는 공매도가 시장 불안을 키우고 있다며 2024년 상반기까지 국내 주식 시장에서 전면 금지하기로 했습니다. 최근 외국계 투자은행들의 수백억 원대 불법 공매도가 적발됐는데 투자자들이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금지 조치와 함께 제도 개선책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입니다.
공매도는 앞서 말씀 드린 것처럼 주가 하락세에 투자하는 기법입니다. 기관투자자들이 공매도를 할 경우 주식이 오를 것을 기대하고 투자한 개인투자자, 개미들은 손실을 보게 됩니다. 주가 상승을 가로막는다는 반감이 커질 수 밖에 없습니다.
증권사가 개인에게도 공매도용 주식을 빌려주지만 외국인·기관투자자와 비교하면 조건이 크게 불리합니다. 개인은 증권사가 보유한 종목에 한해서만 가능하고 대차 수수료도 높지만 기관은 사실상 모든 종목의 공매도가 가능하고 수수료도 개인에 비해 훨씬 저렴합니다.
또 개인은 공매도용 주식을 90일 이내에 상환해야 하지만 외국인·기관투자자는 사실상 기한 제한이 없습니다. 공매도 담보 비율도 개인은 120%로 외국인·기관투자자 105%보다 높습니다. 이 때문에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는 불만과 지적이 계속 나오고 개인투자자들은 공매도 금지를 요구해 왔습니다.
그런데 다른 시각도 있습니다. 공매도가 없다면 본래 가치보다 고평가되어 있고 사업 전망이 나빠 가격이 떨어져야 한다는 의견은 시장에 반영되기 어렵다는 겁니다. 실제로 시세 조종을 막는 역할을 하기도 하고 비정상적으로 오른 주가의 거품을 빼주는 순기능이 있습니다.
여기에 석연치 않은 이유, 특히 정치적인 이유로 금지 조치가 결정되면서 논란을 넘어 우려가 커지고 있습니다. 금융당국은 개미들의 원성 속에서도 당초 전면허용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었는데 최근 기류가 급반전됐습니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개미 표심잡기가 급했던 여당이 공매도를 타깃으로 금융당국을 압박하면서 기류가 변했다는 관측이 지배적입니다.
김주현 금융위원장 발언 뒤집기 | |
23년 10월 11일 국정감사 답변 |
23년 11월 5일 금융위 브리핑 |
"외국인 투자가 중요한 나라에서 외국에서 아무도 안 하는 이런 복잡하고 어려운 시스템을 만들어서 (공매도) 거래를 어렵게 만드는 게 과연 투자자를 보호하는 정책인지" |
"기관투자자들의 거의 관행적인 불법행위를 그대로 놔두고는 대한민국 자본시장의 신뢰를 유지할 수 없습니다." |
외신들 역시 이번 조치가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나왔다는 것에 주목하고 있고 블룸버그는 개인 투자자들이 선호하는 일부 종목에 큰 거품이 낄 것으로 우려했습니다.
MSCI 선진국 지수 편입 악재 전망
MSCI 지수는 미국의 모건스탠리 캐피털인터내셔널이 작성해 발표하는 주가지수로 그로벌 투자를 하는 대형 펀드 운용에 주요 기준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현재 신흥국(EM) 지수에 속하는 우리나라는 선진국(DM)지수 편입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면 글로벌 자금의 추가 유입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선진국 지수에 편입되려면 지수 편입 후보군인 관찰대상국에 1년 이상 올라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후보군에 들지 못해 다음 기회인 2024년 6월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MSCI는 선진국 지수 편입을 위한 개선 조치가 완전히 이행되면 등급을 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금지 조치가 세계적 기준에 맞지 않아 선진국 지수 편입이 더 힘들어질 것이라는 전망입니다. 우리나라는 18개 평가 항목 중 8개 항목에서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는데 그 중 하나가 공매도 부분입니다. 개선을 하면 편입될 가능성이 높아지는건데 금지 조치로 기준에 맞지 않는 부분이 생겨나 지수 편입 가능성을 낮추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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