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계출산율 0.78 역대 최저…“한 명도 안 낳는다”
아기 울음 소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는 경고는 계속 있어왔습니다. 하지만 이젠 심각한 수준에까지 몰려버렸습니다.
우려의 근거는 ‘합계출산율’입니다. 가임여성 한 명이 평생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평균 출생아 수를 말하는데
지난해 우리나라는 0.78명을 기록했습니다. 여성 한 명이 아이 한 명을 채 낳지 않는다는 얘기입니다.
■ 연간 출생아 25만 명 아래 ‘처음’
지난해 우리나라에서 태어난 신생아는 24만 9천 명입니다. 1년 전보다는 1만 1,500명 감소한 규모로
1970년 관련 통계를 작성 이후 가장 적습니다. 연간 출생아가 25만 명 아래로 내려간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다른 나라와 비교해 보면 낮은 출산율이 더욱 뚜렷합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 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합계출산율
‘1’ 아래는 우리나라가 유일합니다. 최하위입니다. 출산율이 낮다고 알려진 일본도 1.33명으로 우리보다 높습니다.
저출산이 갈수록 심화되는 건 혼인 건수 감소, 일과 육아를 함께 하기 어려운 사회환경 등의 영향으로 분석됩니다.
지난해 혼인 건수는 19만 1,697건으로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대부분의 출산이 혼인 관계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우리 사회에서 혼인 감소는 출산율 하락과 직결됩니다. 보통 결혼 2∼3년 뒤 첫아이를 낳는 것을 감안하면
앞으로 출산율은 더 떨어질 것으로 예측됩니다. 정부는 내년 합계 출산율이 0.70명까지 더 하락한 뒤 이후에는
반등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낙관적인 전망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 2045년 인구 4천만 명 ↓ 2080년 3,500만 명
출생아 수는 급감하고 코로나 팬데믹과 고령화에 따라 사망자가 늘면서 지난해 인구는 12만3,800명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우리나라 인구는 2019년 5,185만 명으로 최고 정점을 찍은 이후 3년간 약 41만 명 감소했습니다.
감소폭은 매년 커지고 있습니다. 20여 년 후인 2045년에는 4천만 명대로 내려갈 전망입니다.
2080년에는 3,500만 명으로 예상됩니다.
고령화도 급속화되고 있습니다. 총인구를 연령 순으로 나열할 때 중앙에 있는 사람의 연령을 뜻하는 ‘중위 연령’은
현재 45세입니다. 하지만 2070년이면 62세까지 높아집니다. 생산연령인구(15~64세) 100명이 부양해야 할
65살 이상 고령인구를 뜻하는 ‘노인부양비’는 100.6명으로 높아집니다. 생산연령인구 1명 당 노인 1명 이상을 부담하게
된다는 것으로 사회적 부담이 대단히 커지게 됩니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른 복지 비용과 미래 세대의 부양 부담 증가는
사회 갈등의 원인이 될 수 있습니다.
■ 외신이 짚은 저출생의 원인 "1년 학원비만 830만 원"
블룸버그 통신은 저출생의 이유로 과도한 학원비 등 높은 수준의 육아 부담 때문이라고 진단한 바 있습니다.
이 매체는 '한국의 출산율을 세계 최저로 끌어내리는 육아 부담'이라는 기사에서 한국은 어떤 선진국보다 많은 돈을
자녀의 미래에 쏟아붓고 있다며 중·고교생 한 명의 교육비로 6천 달러, 830만 원을 지출했고, 자녀를 대학까지 보내려면
6년치 평균 소득이 필요하다고 보도했습니다. 또 일시적 보조금은 앞으로 수년간 비용 걱정을 덜어주는 데 도움이
안 될 것이라며 해결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습니다.
인구절벽 넘어 종말을 다룬 영화 ‘칠드런 오브 맨’ & ‘나의 마더’
현실로 다가온 ‘인구 절벽’을 영화에서는 이미 다룬 바 있습니다.
‘해리포터와 아즈카반의 죄수’ ‘그래비티’로 잘 알려진 알폰소 쿠아론 감독이 만든 영화 ‘칠드런 오브 맨’과
넷플릭스가 제작한 ‘나의 마더’를 소개합니다.
■ 칠드런 오브 맨 (2016년, Children Of Men)
2027년 인류는 종말을 앞두고 있습니다. 질병과 공포에 노출된 세상, 여성들은 더 이상 아이를 갖지 못합니다.
무기력하게 종말을 기다리는 인류 앞에 어느날 새 생명을 잉태한 한 흑인 소녀가 나타나고 단 한 명뿐인 인류의
‘마지막 아기’를 지키기 위한 작전이 펼쳐집니다. 생명의 소중함, 디스토피아적 미래관을 보여주는 이 영화는
영국 작가 필리스 도로시 제임스가 쓴 동명 소설이 원작입니다. 영화는 79회 아카데미에서 각색상,
2006년 베니스국제영화제 황금사자상을 수상했습니다.
■ 나의 마더 (2019년, 원제 I am Mother)
시기는 언제인지, 또 이유는 무엇인지 알 수 없지만 인류는 결국 멸망하고 말았습니다. 인류가 멸종하면 작동하도록
만들어진 ‘인류 재건시설’에서 마더 로봇이 보관해 둔 인간의 수정란을 키워 아기를 만들어 냅니다. 태어난 아기는 딸,
마더 로봇은 딸을 양육하고 교육해 청소년으로 성장시킵니다. 그런데 어느 날 멸종한 줄로만 알았던 인간,
한 여자가 재건시설에 들어오면서 마더 로봇과 딸 사이가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2019년 1월 선댄스 영화제에서
첫 선을 보였고 같은 해 6월 넷플릭스를 통해 관객들에게 공개됐습니다.
저출생 해결 노력했지만... “실효성 있는 정책 절실”
지난 15년간 저출생 대책에 투입된 예산은 280조 원에 달합니다. 저출생 극복을 위해 노력했지만 만족할 만한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출산이나 양육 시 단순하게 돈을 지원하는 방식으로 이뤄졌기 때문입니다.
■ 전남 영광군, 합계 출산율 1.81명…전국 평균 2배
어렵지만 해법이 전혀 없는 건 아닙니다. 굴비로 유명한 전남 영광군의 합계출산율은 1.8명으로, 전국 평균의 두 배가 넘었습니다. 우선 청년 세대 지원과 투자유치를 통해 일자리 창출에 노력을 기울인 결과가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습니다. 전국 최초로 2021년 청년발전기금 100억 원을 조성해 신규로 청년을 채용하는 기업과 근로 청년에게 1인당 최대 2,160만 원(청년 1800, 기업 360)을 최대 3년간 지원하는 ‘청년 일자리 장려금’ 지원 정책을 추진했습니다. 또 ‘e-모빌리티’ 기업을 유치하고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해 고교에 학과도 개설해 지역 맞춤형 일자리를 창출했습니다.
한국주택공사(LH)와 업무협약을 체결해 사회 초년생과 신혼부부 주거 문제 해결을 위한 공공임대주택 300세대도 공급합니다. 고용과 주거 안정이 결혼과 출산으로 이어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 '저출산' 극복 유럽 국가들의 대책은 ?
유럽의 저출산 극복 해법은 첫째 ‘일과 가정의 양립 지원’, 둘째 ‘출산 친화적 사회 구조 마련’, 셋째 ‘금전 보상’으로
압축할 수 있습니다. 프랑스의 경우 부모가 상황에 맞게 일과 육아를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고
정부는 재정적으로 지원합니다. 휴직급여 소득대체율이 100%, 남편에게도 출산휴가 14일이 보장됩니다.
스웨덴은 육아 휴직 중인 여성의 급여 80%를 보전하고 3세 미만 아동 보육 시설을 확충했습니다. 독일은 여성이 일터로
복귀하면 아이를 보육 시설에 맡길 수 있도록 제도를 마련했습니다. 유럽의 이런 대응은 합계 출산율이 ‘2’ 이하로 떨어진
1960년대부터 시작됐는데 우리는 1명대가 무너질 때가 되어서야 뒤늦게 시작됐습니다.
■ 일자리-주거-교육 아우르는 대책 필요
인구문제를 단 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저출생의 원인은 복잡하고 다양하지만 분명한 사실은
이제 일자리와 주거, 교육 등 삶의 질 전반을 아우르는 대책 없이는 젊은층을 설득하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컨트롤타워 부재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입니다. 부처별로 미시적인 대책을 내놓고 제각각 추진할 것이 아니라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에 예산권과 정책결정권을 부여해 리더십을 갖고 범국가적으로 대책을 추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습니다.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는 삶의 질을 향상시키는 것을 기본 방향으로 잡고 영아수당 신설, 육아휴직 확대,
다자녀 가구 지원 확대 등 육아 부담을 줄이는데 대책의 초점을 맞추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사에 꼬리를 무는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3월 봄꽃축제 개막…벚꽃 ‘군항제’ 3월 25일 (0) | 2023.03.02 |
---|---|
설악산 케이블카 ‘조건부 동의’ … 개발 vs 보전 논란 가열 (0) | 2023.02.28 |
식용 곤충 주목 ‥ 다양한 효능&미래 식량 대안 (0) | 2023.02.15 |
가뭄·미세먼지는 여전히 진행 중 (0) | 2023.02.10 |
튀르키예 강진보다 더 힘들게 하는 말 한마디 (0) | 2023.02.09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