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도청이 또 논란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온라인 채팅방을 통해 유출된 미국 기밀 문건에서 한국을 도청한 것 같은 대목이 나왔습니다. 미국은 도청 사실을 부인하지 않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도청을 도청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있습니다.
유출범은 20대 방위군 .. 민감한 기밀 내용 포함
세상을 떠들썩하게 만든 기밀 문건의 유출 용의자는 21살, 잭 테세이라입니다. 美 매사추세츠주 방위군 통신업무를 담당하는 일병입니다. 자신이 운영하는 온라인 채팅방에서 명성과 자기 과시를 위해 기밀 문건을 유출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습니다. 마치 세상의 비밀을 손에 쥐고 있는 것처럼 행세하면서 기밀 문건을 텍스트로 올리거나 문서를 사진으로 찍어 게시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사진 속 식탁의 무늬가 단서가 돼 검거됐습니다. 1급 기밀 문건을 유출한 동기로는 너무 사소하고 찌질한 느낌마저 들게합니다.
유출된 내용 중 우리나라와 관련된 것도 포함돼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우리 정부가 원칙을 깨고 미국을 통한 ‘우회 공급’ 방식으로 우크라이나에 포탄을 공급할지에 대해 나눈 내부의 논의, 그리고 바이든 대통령이 직접 포탄 공급을 압박할 가능성에 대해 우려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습니다. 미국은 도청 사실을 딱히 부인하고 있지 않지만 우리 정부는 항의는 커녕 이해못할 해명만 내놓고 있습니다.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은 “미국이 악의를 갖고 도·감청을 했다는 정황은 없다”고 발언했습니다. 야당은 경질을 요구하고 있고 정부여당은 정치공세라며 거부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미온적 태도 .. 국정 지지율 영향
우리 정부의 미온적 태도는 국정 지지율에 반영됐습니다. ‘긍정 평가’는 한 주전보다 4% 포인트 하락해 27%메 머물렀습니다. ‘부정 평가’ 이유로는 '외교'가 28%, 1위로 나타났습니다.
우리 정부는 유출된 문서가 '위조'라며 의미를 축소했지만 미국은 이번 사건을 '기밀 문서 유출'로 규정하고 45일 내에 진상 조사와 함께 재발을 막을 대책이 담긴 중간 점검 결과를 내놓겠다는 입장을 밝혔습니다. 한국에 사과할 뜻이 있는지에 대해 묻는 질문에는 현재 조사가 진행중이라는 입장만 내놓았습니다.
미국이 세계 동향을 점검하고 전략을 짜는데 필요한 가장 기초자료는 도·감청에서 나왔습니다. 1970년대 미국은 필리핀 동쪽에 위치한 미크로네시아도 대상이 됐습니다. 당시 신탁통치를 받고 있는 미크로네시아가 공산주의 확산을 막는 방어기지로 중요하다는 이유로 독립에 대한 의지가 있는지를 알아보기 위해서였습니다. 당시 큰 논란이 일었지만 악습은 사라지지 않았고 2013년 ‘스노든’은 미국이 메르켈 독일 총리를 비롯한 35개 나라의 정상을 도청했다고 폭로해 세상을 크게 뒤집어 놓았습니다.
정보기관의 도청과 관련한 추천 영화
❏ 스노든 (Snowden/ 2017년)
영화 스노든은 2013년 미국 정보기관의 불법 스파이 활동을 폭로한 '에드워드 스노든'의 실화를 바탕으로 제작됐습니다. 주인공은 조셉 고든레빗이 맡아 열연했습니다. 영화는 홍콩의 한 호텔로 망명한 주인공이 다큐 영화감독 포이트러스와 영국 가디언지의 기자 글렌 그린월드와 함께 6월 10일 보도를 할 때까지 7일간의 과정을 긴장감 있게 담아냈습니다.
스노든은 테러 방지라는 명분으로 국가안보국(NSA)이 감시 프로그램인 '프리즘'(PRISM)을 통해 개인정보를 무단으로 수집하고 동맹국 정상들에 대한 감시도 진행하고 있다고 폭로했습니다. 역사상 최대 규모의 폭로 이후 망명자 처지가 됐고, 미국의 압력으로 21개 나라에서 퇴짜를 맞은 뒤 어렵게 러시아에 정착해 살고 있습니다.
❏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 (All the President's Men/1976년)
1972년 6월 17일, 워터게이트 빌딩에 있는 민주당 전국위원회 사무실에서 5명의 침입자가 검거됐습니다. 이들은 도청장치를 갖고 있었는데 백악관과 당시 닉슨 대통령이 개입된 것으로 밝혀져 큰 파문을 낳았습니다. 이 사건으로 닉슨은 미국 역사상 처음으로 대통령직에서 사퇴했습니다. 미국 최악의 정치 스캔들로 불리는 ‘워터게이트’ 사건입니다.
영화 ‘모두가 대통령의 사람들’은 워터게이트를 소재로 만든 1976년 작품입니다. 더스틴 호프만, 로버트 레드포드가 ‘워싱턴포스터’의 기자로 진실을 파헤치는 과정을 다큐멘터리처럼 담아냈습니다.
실제로 사건을 취재했던 ‘워싱턴포스트’의 밥 우드워드 기자는 워터게이트 빌딩에 이상한 5명이 잡혀있다며 현장에 가보라는 편집장의 전화를 받은 것을 시작으로 동료기자 칼 번스타인과 협력해 마침내 진실을 밝혀냈습니다. 사건 초기 결정적인 정보를 전해 준 사람은 FBI의 부국장 펠트로 나중에 밝혀졌습니다. 기자들은 정보원인 펠트 부국장을 'Deep Throat’라고 불렀고 ‘탐사보도 저널리즘’이 시작된 계기가 됐습니다.
'시사에 꼬리를 무는 영화 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구제역 발생 ‥ 확산 되나? 물가·한우 수출 어쩌나? (0) | 2023.05.15 |
---|---|
동물보호법 개정 ‥ ‘반려동물 경조 휴가’도 등장 (2) | 2023.05.08 |
美 또 총기 난사 사건 … ‘총기 규제' 발목 잡는 NRA (0) | 2023.03.31 |
2030 사로잡은 ‘위스키’…K위스키·한국 '전통주'의 도전 (0) | 2023.03.14 |
글로리2 공개…새 학기 고개 드는 학교폭력 (2) | 2023.03.10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