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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 요금 인상 ‥ “산업용 손질· 원전 중심 벗어나야”

by 소피스트28호 2023. 5.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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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와 가스 ‘에너지 요금’이 인상됐습니다. 4인 가구 기준으로 올 초 대비 월평균 7,400원을 더 내야 합니다. 국제 에너지 가격이 급등해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가 누적돼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정부는 설명했습니다. 

 

알트태그-전기요금 인상 썸네일

 

전기요금 kWh당 8원, 가스 MJ당 1.04원 인상 

 

전기와 가스요금이 5월 16일부터 인상됩니다. 기존 요금에서 각각 5.3%씩 인상됩니다. 4인 가족 평균 사용량을 기준으로 보면 한 달 전기요금은 3,020원, 가스요금은 4,400원 정도를 더 내야 합니다.

알트태그-전기,가스 요금 그래프
2023년 5월16일부터 전기와 가스요금이 인상된다


정부는 에너지 공기업의 적자가 누적돼 요금 인상이 불가피하다며 이해를 구했습니다. 2021년 하반기부터 국제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올랐지만 전기와 가스료는 오르지 못했고 한전과 가스공사의 적자는 커졌습니다. 한전은 2021~2022년 누적 영업적자가 38조 5천억 원에 이르고 올 1분기에도 6조 2천억 원의 적자를 냈습니다. 가스공사도 미수금이 지난해 말 8조 6천억 원, 올 1분기에는 3조 원이 더 늘었습니다. 

■ 한전·가스公 경영 정상화 쉽지 않아 

이번 요금 인상으로 적자를 줄이는 데에는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경영난을 해소할 수 있는 수준은 안 됩니다. 구조적인 문제 때문인데요 한전의 경우발전사에서 전기를 비싸게 사서 싸게 파는 '역마진' 구조로 인해 전기를 팔면 팔수록 손해가 커지게 됩니다. 지난 2월을 기준으로 보면 전기를 사들인 ‘전력 구입단가’는 ㎾h당 165.6원인데 판매단가는 149.7원입니다. 한전의 전기요금 원가회수율은 대략 70%정도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역마진 구조 때문에 한전의 적자가 누적되고 있다


가스공사는 천연가스의 수입 대금 중에서 요금으로 회수되지 않은 금액을 ‘손실’로 처리하지 않지 나중에 들어올 자산 '미수금'으로 처리하고 있는데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천연가스 수입액이 급증해 미수금이 크게 늘어났습니다. 올 하반기 국제 천연가스 가격이 안정되면 경영 여건이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가스공사의 원가회수율도 62.4%정도로 경영 정상화를 기대하기는 어렵습니다. 

 

전기요금 인상 ‥ “탈원전 탓 vs 에너지 가격 상승 때문” 

 

대통령은 전기료 인상을 언급하며 "탈원전과 방만한 지출이 한전의 부실화를 초래했다“고 말했습니다. 정치 이념에 매몰된 국가 정책이 국민에게 피해를 주었다며 전정부의 탈원전 정책을 비판했습니다. 서울대 주한규 교수는 이런 주장을 뒷받침하는 분석을 내놓은 바 있습니다. 문 정부 5년간의 원전 이용률은 71.5%로 이전 5년 평균 이용률 81.6%보다 약 10.1% 포인트 낮았는데 이로 인한 손실이 11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했습니다. 

탈원전이 한전의 적자를 키운 건 맞지만 전기료 인상은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 더 크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현 정부들어 원전 이용률이 다시 과거 수준으로 올라갔지만 적자가 커진 건 국제 에너지 가격이 올랐기 때문으로 원전만으로는 전기료 인상을 막을 수 없다는 겁니다. 

알트태그-유가와 한전의 이익 상관 그래프
한전의 영업이익에는 유가가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 전기요금 결정 원칙 안 지켜져 ‥ “산업용 손질해야”

전기요금은 전기 생산과 소비자에게 전달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 등을 토대로 결정되는데 ‘총괄원가주의’라고 부릅니다. 총괄원가를 기준으로 요금을 조정하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2021년 전기요금에 연료비 연동제를 도입했습니다. 연료비가 오르면 요금을 올리고 연료비가 내려가면 요금을 낮추는 방식으로 요금 결정방식은 제대로 갖추어져 있습니다.

문제는 이 결정 방식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는겁니다. 최종 결정권을 가진 정부는 국민의 부담을 언제나 이유로 내세우고 있는데 정작 전력판매량에서 가정용이 차지하는 비중은 14.3%에 불과합니다.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가정용 전기요금이 1% 올라도 소비자물가는 0.016% 증가할뿐입니다. 

반면 산업용은 전력판매량의 54%에 달하고 그 중에서도 제조업 비중이 93%로 대부분입니다. 판매단가가 낮은 구간만을 단순 비교하면 가정용보다 낮고 원가회수율은 70%를 밑도는 수준입니다. 대량의 전기를 원가보다 훨씬 싸게 사용하고 있는건데 해외에서는 또 다른 보조금 지급이라고 지적하고 있습니다. 

알트태그-주요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 비교
주요나라의 산업용 전기요금(2021년 기준)


3분기에도 추가 인상을 해야 하는 상황이지만 여름철 냉방 수요가 몰리는 시기여서 쉼지 않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다음 4분기는 내년 총선을 앞둔 시점으로 인상을 하기엔 부담스러울 수 밖에 없습니다. 이전 정부 탓만 하고 인상 시기를 놓친 현 정부가 이번에는 원칙대로 결정을 내릴지 지켜볼 대목입니다.  

 

언제까지 ‘원전 타령’‥‘RE100’ 요구에 국내기업 속수무책  

 

우리는 다시 원전 편중 정책으로 회귀하고 있지만 독일은 탈원전을 이뤄내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비롯된 에너지 위기로 독일에서도 탈원전을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왔지만 독일정부의 입장은 확고했습니다. 독일 재생에너지 비중은 1990년 3.79%에서 2022년 43%로 높아졌고 2030년까지 80%를 목표로 꾸준히 확대되고 있습니다. 반면 우리나라의 재생에너지 비중은 7.5%, 태양광과 풍력만 놓고 보면 4.7%에 불과합니다.    

■ 유럽 ‘RE100’ 요구에 국내기업 속수무책  

‘RE100’은 ‘Renewable Energy 100%’의 줄임말로 기업이 사용하는 전력을 석탄이나 원자력 대신 100% 풍력이나 태양광으로 바꾸자는 겁니다. 처음엔 윤리적, 선언적 의미에서 시작됐지만 이제는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가입해 실천을 하고 있고 납품업체에도 지켜줄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유럽과 미국의 주요 기업들이 요구하는 중요한 납품 기준으로 자리잡으면서 새로운 수출규제처럼 작동하고 있습니다. 실제로 BMW와 볼보 등 유럽 완성차 업체들이 국내 기업들에 ‘RE100’을 요구하면서 계약이 잇따라 취소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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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경제신문] 2023년 5월 15일자 보도 
 'RE100' 뭐길래…한국 기업, 잇단 계약 취소 '속앓이'

 

사정이 이런데도 정부와 보수 언론은 아직 ‘원전 타령’ 중입니다. 에너지 전문가들은 원전 중심의 에너지 정책을 추진하려면 무탄소 전원 100% 사용을 의미하는 ‘CF100’을 정책의 기조로 삼고 국제표준을 ‘RE100’에서 ‘CF100’으로 전환하기 위해 적극적인 노력을 기울일 것을 주문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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