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임금 확 줄인 ‘정년형 임금피크제’ 무효 판결
KB 신용정보의 전·현직 직원 4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피크제 관련 소송에서 1심 법원이 임금삭감률이 지나치다며 직원들의 손을 들어줬습니다. 정년을 연장했더라도 임금이 지나치게 많이 깎이고 업무량이나 강도를 줄이는 조치가 마련되지 않았다고 지적했습니다.
■ KB 신용정보 전·현직 직원들 1심 승소
KB 신용정보는 2016년 2월 노조와 단체협약을 통해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만55세부터 임금을 줄이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했습니다. 소송을 낸 직원들은 삭감된 임금과 퇴직금 지급을 요구했는데 법원은 청구액의 대부분인 5억 3,790만여 원을 인정했습니다.
재판부는 임금 삭감 폭이 너무 크다는 점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임금피크제가 없었다면 만 55세부터 58세까지 3년 간 300%의 연봉을 받을 수 있었지만 아무리 큰 성과를 내더라도 5년간 연봉은 직전 연봉의 300%에 불과해 사실상 2년은 ‘무료 노동’이 되는 셈이라고 지적했습니다. 또 업무 강도나 업무량을 줄이는 조치도 없었다고 덧붙였습니다. 결국 회사가 동일한 업무를 시키면서 고연령자의 연봉만 줄인 ‘연령 차별’이라는 겁니다.
■임금피크제 ‘임금 삭감폭’ 새로운 쟁점
임금을 지나치게 많이 삭감하면 ‘무효’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오면서 임금 ‘삭감폭’이 관련 판결은 물론 노사 협상의 쟁점이 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임금 삭감폭이 큰 금융권을 중심으로 논란이 확대될 전망입니다. 중소벤처기업연구원이 지난해 8월 내놓은 보고서에서 따르면 대기업과 중소기업 모두 임금삭감률이 10% 이하인 경우가 41.9%와 32.5%로 가장 많지만 증권과 은행 같은 금융권에서는 50% 가까이 삭감되는 곳이 적지 않습니다.
금융노조는 아예 폐지할 것을 주장하고 있고 IBK 기업과 KB국민, KDB 산업은행의 일부 직원도 임금 반환소송을 제기한 상황이어서 향후 판결이 주목되고 있습니다. 산업은행은 소송에서 질 경우에 대비해 올해 예산에 예비비 1,307억 원을 편성했습니다.
‘정년연장형 임금피크제’ 첫 패소 사례 ‥ 기업들 ‘긴장’
임금피크제는 '정년유지형'과 정년을 늘리는 '정년연장형' 크게 두 가지로 구분됩니다. 우리나라는 대부분 정년을 60세로 연장하면서 도입됐는데 83.7%가 정년연장형을 선택했습니다. 법원은 한국농어촌공사와 삼성화재, KT에 대한 소송에서 ‘정년연장형’은 연령 차별이 아니라고 판결하며 모두 기업의 손을 들어주었습니다.
고용노동부도 ‘정년연장형’은 원칙적으로 유효하다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판결로 ‘정년연장형’을 도입한 기업이 처음으로 패소하면서 안도하고 있던 기업들에는 비상이 걸렸고 특히 임금 삭감폭이 큰 곳들은 향후 소송전에서 안심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게 됐습니다. 실제로 소송에서 이긴 KT는 적용시점부터 매년 10% 포인트씩 임금이 줄어들고 삼성화재는 4년에 걸쳐 기존의 60%까지 차례로 줄도록 설계돼 삭감폭이 대폭적이지 않았습니다.
대법원, 2022년 5월 '임금피크제' 4가지 원칙 제시
대법원은 지난해 5월 첫 사례였던 ‘한국전자기술연구원’에 대해 판결하면서 4가지 판단 원칙을 제시한 바 있습니다. 첫 번째로 회사의 경영 사정, 인력 구조 등을 살펴 임금피크제 도입이 타당한지 여부를 점검하는 것입니다. 두 번째는 노동자들의 불이익 정도, 세 번째는 임금을 삭감하는 대신 회사가 어떤 조치를 했는가입니다. 임금이 줄어드는 불이익에 맞게 업무량이나 강도를 줄여주는 노력을 했느냐가 판단의 기준이 됩니다. 네 번째는 줄인 임금을 원래 목적에 맞게 사용했는가입니다. 새로운 인력의 채용, 경영 재투자 여부 등을 보는 겁니다.
이 4가지 원칙에 ‘적정한 임금 삭감 폭’의 원칙이 더해진 셈입니다. 관련 소송이 계속 제기되는 가운데 사업체마다 사정과 내용이 달라 판결이 나올 때 마다 면밀한 분석이 필요합니다.
■ 임금체계 개편 두고도 입장 차이 커
경영계에서는 근본적인 문제 해결을 위해 임금체계를 연공서열 중심의 ‘호봉제’에서 ‘성과 중심’으로 바꿔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부도 호봉제 대안으로 '직무급제'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얼마나 일했냐'가 아니라 '어떤 일을 하느냐'에 따라 임금이 결정되는 방식입니다. 노동계는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직무를 명확하게 구분 짓기 어려운 특성이 있고 직무별 임금 조정이 노동자 간의 갈등을 부추길 수 있다는 겁니다. 공정한 평가 기준 마련도 쉽지 않은 과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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