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영화의 위기가 크고 길어지고 있습니다. 2023년 1분기 동안 손익분기점을 넘긴 한국영화는 단 한편도 없습니다. 5월 31일 개봉하는 <범죄도시3>은 좀처럼 회복되지 않는 한국 영화의 구원투수, 희망이 될 수 있을까요?
<범죄도시3> 또 기록 쓸까? ‥ 예매율 높고 해외 158개국 선판매
2022년 여름 코로나 사태 속에서도 당당히 천만 관객 기록을 세운 <범죄도시2>에 이어 세 번째 시리즈 <범죄도시3>이 5월 31일 개봉합니다. 2017년 개봉한 범죄도시 첫 편은 청소년 관람불가 핸디캡을 안고서도 688만 명이 관람했고, 속편은 무려 1,269만 명을 동원했습니다. 세 번째 범죄도시의 흥행은 어디까지 갈 수 있을까요? 개봉도 하기 전에 압도적인 예매율을 기록하고 있고 홍콩과 대만, 영국, 북미 등 해외 158개 나라에 선판매돼 글로벌 흥행에 대한 기대감도 커지고 있습니다.
■ 이번엔 마약·日 야쿠자 ‥ “커진 판도 싹 쓸어버린다”
서울 금천경찰서 강력반의 괴물형사 ‘마석도’가 3편에서는 서울경찰청 광역수사대로 자리를 옮겨 범죄 소탕에 나섭니다. 20대 여성의 호텔 추락사에서 신종 마약의 단서를 잡은 마석도는 국내 마약 유통책, 그리고 이들과 연루된 일본 야쿠자까지 추적하며 거대한 범죄 소탕작전을 벌입니다.
1편의 장첸, 2편의 강해상에 이어 3편에서는 악당이 2명이나 등장합니다. 배우 이준혁은 국내 마약 유통책 ‘주성철’을 맡아 20kg이나 벌크업을 한 새로운 모습으로 마석도에 밀리지 않는 피지컬과 액션을 선보입니다. 또 일본 배우 아오키 무네타카는 야쿠자 조직이 한국에 급파한 해결사 역할로 열연합니다. 빌런이 두 배로 늘어나면서 액션은 그만큼 세졌고 마약 관련 보도가 이어지는 시의성과도 맞아 떨어지면서 현실감을 더욱 높여줄 것으로 예상됩니다.
■ 제작비 135억·손익 분기점 180만 명
<범죄도시3>의 제작비는 135억 원입니다. 2편에 비해 불과 5억 원이 늘어난 규모입니다. 손익분기점은 관객 수 180만 명입니다. 3편에 대한 기대감, 지금 같은 분위기라면 손익분기점은 쉽게 넘어설 것으로 예상됩니다. 천만 관객 동원을 가정한다면 손익분기점의 5배가 넘는 수익이 예상됩니다. 하지만 마동석 배우는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이 목표라고 이라고 밝혔습니다. 이번 3편과 함께 내년 개봉 예정인 4편도 동시 촬영이 이루어졌고 5, 6편은 시나리오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범죄도시> 시리즈는 8편까지 선보일 예정입니다.
한국 영화의 위기 ‥ 관객 줄고 흥행작 안 나오고
한국 영화 위기론이 커지고 있습니다. 관객은 줄고, 투자자는 떠나고, 흥행작마저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입니다. 올해 지난 1분기에 개봉한 한국 영화 중 손익분기점을 넘긴 작품은 한 편도 없습니다. 샘물교회 피랍사건을 다룬 황정민·현빈 주연의 <교섭>이 172만 명을 동원하며 그나마 가장 좋은 성적표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손익분기점 350만 명에는 절반에도 못 미쳤습니다. <유령>은 66만, <대외비> 75만 명을 기록했습니다. <리바운드> <웅남이> <멍뭉이> <카운트> 등 대부분의 개봉작은 50만을 넘지 못했습니다.
■ 영화 티켓값 상승 · OTT의 강세
요즘 주말에 영화를 보려면 한 사람 기준에 1만 5천 원을 내야 합니다. 아이맥스나 3D 같은 특별관에서 관람할 경우 가격은 2만 7천 원까지 높아집니다. 영화 티켓 가격은 코로나 이전 1만 2천 원에서 2020년 1만 3천 원->2021년 1만 4천 원->2022년 1만 5천 원으로 세 차례에 걸쳐 25%나 올랐습니다.
극장의 가장 큰 대체재인 ‘넷플릭스’는 2016년 서비스 시작 이후 5년 만인 2021년에 요금을 1만 2천 원에서 1만 3,500원으로 12.5% 인상했습니다. 영화의 절반 수준정도입니다. 프로야구는 비슷한 시기 1천 원, 7% 오르는데 그쳤습니다. 영화의 가파른 가격 인상은 관객수 급감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습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1분기 극장을 찾은 관객은 2,515만 명. 코로나 이전인 2019년 1분기에 비해 54.3%나 크게 줄어든 반면 OTT 시장은 급성장했습니다.
조선일보가 설문조사 플랫폼인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4천여 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79%가 “티켓 가격이 비싸다”고 답했고 76.2%는 “티켓값을 내린다면 영화관에 갈 의향이 있다”고 응답했습니다. 주말 2D 영화를 기준으로 한 적정한 가격은 8천 원에서 1만 원 사이라는 응답이 45.4%로 가장 많았습니다.
티켓값 상승만 문제일까? ‥ 시험대 오른 한국 영화
한국 영화가 부진한 이유를 티켓값 인상과 OTT 강세만으로 설명할 수는 없습니다. 특히 가격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많습니다. <탑건:매버릭>의 경우 일반 관람보다 비싼 값을 내야 하는 4DX와 스크린X 같은 특별관 관람이 많았습니다. 일본 애니 <슬램덩크>는 젊은 관객은 물론 오랜 팬들까지 불러 모으면서 438만을 기록했습니다. 볼만한 콘텐츠, 만족할 만한 볼거리라면 충분한 값을 치를 의향이 있다는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한국 영화의 부진이라고 보는 것이 더 맞는 분석일 수 있습니다.
관객들은 OTT 같은 다양한 채널을 통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양질의 다양한 콘텐츠를 즐기며 눈높이가 높아졌는데 한국 영화가 그런 변화를, 달라진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습니다. 비슷한 장르의 작품, 비슷한 배우가 출연하는 영화가 이어지면서 기대에 못미치고 있다는 겁니다.
코로나 사태로 일자리를 잃은 영화 인재들이 OTT로 흡수됐다,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소비하기 때문이다 등등의 하소연 같은 이야기가 영화계 내부에서 나오고 있는데 맞을 수 있는 이야기이고 맞는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바뀐 환경 탓만 하다가는 적응하지 못해 도태될 수 있음을 직시해야 합니다. <범죄도시3> 개봉을 계기로 한국 영화에 새로운 돌파구가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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