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은 실패의 기록입니다. 신군부는 부귀영화를 누렸지만 단죄 없는 현실은 여전합니다. 전두환의 손자가 대신 속죄하고 있고 때아닌 파주 안장 논란까지 발생했습니다.
영화 '서울의 봄', 실패의 기록..전씨 대신 손자가 속죄
1212 군사 반란을 다룬 영화 서울의 봄이 흥행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개봉 13일차, 12월 4일 현재 누적 관객수는 486만 명입니다. 손익분기점으로 알려진 460만 명을 넘어섰습니다. 입소문을 타고 개봉 2주차 관객이 더 늘어나면서 천만 영화 기대감을 갖게 하고 있습니다.
흥행을 이어가고 있지만 영화 서울의 봄은 실패의 기록입니다. 반란군은 권력욕으로 이글거리는데 비해 진압군은 답답한 모습을 보여줍니다. 군사 반란 이후 신군부는 부귀영화를 누렸고 잠시 감옥에 다녀왔을 뿐입니다. 2021년 사망한 노태우의 장례는 국가장으로 치러졌고 전두환은 사죄 한 마디 없이 향년 90세를 일기로 자연사했습니다.
군사반란과 내란으로 대법원에서 징역 17년(노태우)과 무기징역(전두환)이 확정됐지만 결국엔 사면된 뒤 평온한 노년을 보냈습니다. 반란에 가세했던 다른 인물들 역시 비슷한 삶을 살고 있습니다.
반란군(장성급) | ||
황영시 중장 (1군단장) |
□ 22년4월23일 향년 95세 사망 □ 반란군 중 전두환 보다 선배 3인방 한 명 □ 24대 육군참모총장 11,12대 감사원장 |
한영구 중장 □ 안내상 배우 |
유학성 중장 (국방부 군수차관보) |
□ 97년4월3일 향년 70세 사망 □ 반란군 중 전두환 보다 선배 3인방 한 명 □ 11대 중앙정보부장 11대 안기부장 12,13,14 국회의원 |
배송학 중장 □ 염동현 배우 |
차규헌 중장 (수도군단장) |
□ 11년5월10일 향년 82세 사망 □ 반란군 중 전두환 보다 선배 3인방 중 한 명 □ 2군사령관 31대 교통부 장관 |
현치성 중장 □ 전전기 배우 |
박희도 준장 (1공수여단장) |
□ 34년 9월 생 현재 89세 □ 3군사령관 육군참모총장 □ 정병주 특전사령관 구명 은혜를 배반으로 갚음 □ 극우보수 활동 중 |
도희철 준장 □ 최병모 배우 |
최세창 준장 (3공수여단장) |
□ 34년 4월 생 현재 89세 □ 3군사령관 22대 합동참모의장 29대 국방부장관 □ 직속 상관인 정병주 특전사령관 체포 |
김창세 준장 □ 김성오 배우 |
반란군(영관급) | ||
장세동 대령 (수경사 30경비단장) |
□ 36년 9월 생 현재 87세 □ 30경비단장으로 장태완 사령관 배반, 반란군 가담 □ 3공수여단장 5대 대통령 경호실장 13개 안기부 5공의 2인자 노릇 |
장민기 대령 □ 안세호 배우 |
허삼수 대령 (보안사 인사처장) |
□ 36년 9월 생 현재 87세 □ 정승화 총장 불법연행 □ 허화평, 허문도와 함께 5공 3허로 활약 대통령 사정수석 14대 국회의원 1988년 13대 총선 노무현 후보에게 패배 14대 총선에서 승리 |
하창수 대령 □ 홍서준 배우 |
허화평 대령 (보안사령관 비서실장) |
□ 37년 10월 생 현재 86세 □ 대통령 정무수석 14,15대 국회의원 16,17대 낙선 현재 미래한국재단 이사 □ MBC 드라마 5공화국과 관련해 정당한 임무 수행 과정에서 벌이진 일이라며 이의 제기 |
문일평 대령 □ 박훈 배우 |
이학봉 중령 (보안사 수사과장) |
□ 14년 5월15일 향년 76세 사망 □ 대통령 민정수석 안기부 2차장 (장세동 보좌) 13대 국회의원 |
임학주 중령 □ 이재윤 배우 |
최근 전두환의 유족들이 경기도 파주의 사유지를 매입해 전씨의 유해 안장을 추진한다는 소식이 알려지면서 반대 목소리가 커지고 있습니다. 전씨의 유골은 연희동 자택에 보관돼 있습니다. 국립묘지에 안장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아마도 전두환에게 가장 큰 형벌은 죽어서 갈 곳이 없다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전 씨는 회고록을 통해 북녘땅이 바라보이는 전방의 어느 고지에 백골로라도 남아 통일의 날을 맞고 싶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군사 반란 당시 전방의 병력까지 서울로 빼돌렸던 행적과는 너무 배치되는 바람입니다. 파주의 시민단체와 일부 주민들은 즉각 반대하고 나섰습니다.
안장이 거론되는 파주 전망대는 남북 화해의 상징적인 장소로 군부독재, 민중 탄압의 상징인 전 씨가 묻힐 곳이 아니라는 겁니다. 전 씨측은 파주 전망대 부근 5,600여 제곱미터를 5억여 원에 사들이려고 시도했지만 계약은 체결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끝까지 역정을 내며 사죄하지 않았던 전 씨를 대신해 손자 전우원 씨가 속죄에 나섰습니다. 5.18 민주화운동 유족들을 찾아가 무릎을 꿇고 용서를 빌었고 2023년 제43주년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전 씨 일가 중 처음으로 참석했습니다.
이 보다 앞서 노태우의 아들 재헌 씨도 5.18 묘지를 참배하고 사죄했습니다. 4년째 이어진 사죄의 진정성이 통했는지 5.18 민주화운동 단체 인사가 노 씨의 빈소는 찾아 조문했습니다.
진압군은 어떻게 됐나?
영화 서울의 봄은 10.26에서 1212 군사 반란까지의 내용만 담고 있습니다. 반란군에 맞섰던 진압군들의 이야기는 제대로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1212 다음날인 1979년 12월 13일자 신문은 정승화 참모총장의 연행 소식을 전하면서 국방장관의 담화문을 통해 공관경비병과 경미한 충돌, 계엄군 증가 배치 중 오인충돌이 발생했지만 사상자는 없다고 보도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날 3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정승화 참모총장 불법연행과정에서 부관과 경호장교가 총격을 받은 것을 비롯해 다수의 부상자도 발생했습니다.
김오랑 소령은 반란군에 대항해 정병주 특전사령관을 지키려다 숨졌습니다. 시력 약화증을 앓고 있던 부인은 충격으로 시력을 완전히 잃었고, 1991년 6월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베란다에서 실수로 추락해 숨진 것으로 알려졌고 유서는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12월 12일 오전 10시, 경남 김해 김오랑 소령 흉상 앞에서 추모식이 열릴 예정입니다. 올해는 어느 때보다 많은 이들이 찾아와 숭고한 희생을 기릴 것으로 예상됩니다.
진압군 측 주요 인물 | ||
정승화 총장 (육군참모총장) |
□ 02년 6월 12일 향년 73세 사망 □ 강제 예편 이등병으로 강등 88년 11월28일 육군대장 환원 88년 5공청문화 출석 군사반란 증언 95년 전직 대통령 구속 증인 채택, 증언 97년 12월 전두환, 노태우 사면복권에 분노 표시 |
정상호 대장 □ 이성민 배우 |
김인선 대위 (총장 경호장교) |
□ 정승화 총장 불법연행 저지과정에서 반란군에 의해 총상 |
권형진 준위 (김인선 대위 + 반일부 준위) □ 이준혁 배우 |
이재천 소령 (총장 부관) |
□ 참모총장 부관으로 총장 연행에 대한 대통령의 재가 여부 확인하려다 총상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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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태완 수경사령관 |
□ 10년 7월26일 향년 78세 사망 □ 황영시, 유학성 등의 회유를 뿌리치고 반란군 진압 시도 □ 82년 서울대 1학년생 아들,할아버지 산소 부근에서 숨진채 발견 □ 2000년 16대 총선 비례 당선 □ 세상 떠난 2년 뒤인 2012년 1월, 아내도 숨진채 발견 |
이태신 소장 □ 정우성 배우 |
정병주 특전사령관 |
□ 88년 10월16일(?) 향년 62세 사망 의문사 □ 장태완 사령관과 함께 반란군 진압 시도 강제 예편 □ 87년, 신군부 만행 폭로하는 기자회견 88년 10월 16일 실종 89년 3월 4일 송추 인근 야산에서 주검으로 발견 □ 평소 자신이 죽은후에도 김오랑 묘소 참배하라고 당부 |
공수혁 소장 □ 정만식 배우 |
김오랑 소령 (특전사령관 비서실장) |
□ 79년 12월 13일 향년 35세 사망 □ 반란군에 가담한 3공수의 특전사령관 체포 저지, 사망 직계 자손 없음 3공수 체포조 박종규는 김오랑과 선후배, 아래위층에 사는 이웃 □ 90년 중령으로 추서 2014년 보국훈장 삼일장 □ 91년 6월 28일 아내도 의문사 □ 2014년, 김해 시민들이 성금으로 모교인 삼성초 앞 공원 흉상건립 |
오진호 소령 □ 정해인 배우 |
김진기 헌병감 (육군본부) |
□ 06년 12월 28일 향년 74세 사망 □ 예편후 보문도에서 광어 양식 □ 87년 신군부 만행 폭로하는 기자회견 참여 노태우정권 보직제의 거절 문민정부 시절 토지공사 이사장 역임 |
김진기 준장 □ 김성균 배우 |
사병 희생자인 정선엽 병장은 1212 당시 국방부 헌병대 소속, 국방부를 점령한 공수부대가 무장을 해제하는 것에 맞서다 목과 가슴에 4발의 총을 맞고 현장에서 숨진 것으로 최종 확인됐습니다. 총을 순순히 건네주었으면 살 수 있었지만 군인의 본분을 지키다 희생됐습니다.
정선엽 병장 (국방부 헌병대) |
박윤관 일병 (수경사 33헌병대) |
□ 조선대 전기공학과 재학 중 입대 □ 육군본부-국방부 연결 지하벙커 초소에서 반란군의 무장 해제 요구 거부 총격으로 사망 |
□ 우경윤 대령이 지휘하는 수경사 33헌병대 소속 □ 총장공관 초소 점령, 이후 해병대의 초소 회복과정에서 사망 □ 뜻하지 않은 반란군 소속 희생자 |
박윤관 일병은 사정이 더 기구한 희생자입니다. 소속 부대가 반란군에 속한 탓에 총장공관 초소를 점령했는데 초소 회복에 나선 해병대와의 충돌 과정에서 총격으로 사망했습니다.
김오랑 소령과 정선엽 병장은 '전사자'로 분류됐지만 박윤관 일병은 반란군 소속인 까닭에 '순직자'에 그치고 있습니다. 상관의 명령에 따르다 숨진 사병에게 '반란군 소속'이라는 무거운 멍에를 계속 씌우는 건 가혹한 처사라며 전사자로 예우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MZ세대현대사 관심 증가‥심박수 챌린지 유행
영화 서울의 봄 흥행에 따라 우리 현대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습니다. 특히 MZ세대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CGV에 따르면 서울의 봄 예매 관객 중 56%가 MZ세대인 20대와 30대로 나타났습니다. 들어봤지만 잘 몰랐던 1212의 역사를 영화로 체험하면서 관심을 갖게 된 것으로 보입니다.
성병 예매 분포 | 연령별 예매 분포 |
□여성 51.1% □남성 48.6% |
□10대 3.7% □20대 25.9% □30대 30% □40대 23.3% □50대 17.2% |
여기에 '심박수 챌린지'까지 더해지면서 더욱 인기몰이 중입니다. 영화를 보면 답답함과 분노가 생기는데 이때 크게 오른 자신의 심박수를 SNS에 공유하는 겁니다. MZ세대가 서울의 봄을 관람하고 즐기는 방법으로 유행하고 있는데 170bpm을 넘는 인증샷도 볼 수 있습니다.
부디 이런 관심이 동력이 돼 역사적 단죄가 완성되기를 희망합니다. 반란의 그날밤 외면하거나 도망치지 않고, 무기력하지 않았던 이들의 넋을 위로하기 위해서라도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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