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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 꼬리를 무는 영화 이야기

튀르키예 강진보다 더 힘들게 하는 말 한마디

by 소피스트28호 2023.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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튀르키예 강진 파문 키우는 대통령의 발언

튀르키예와 시리아에서 발생한 강력한 지진으로 인한 사망자 수가 8천 명을 넘어섰다고 합니다. 이번 강진으로 인한 사망자가 2만 명을 넘을 수도 있다는 암울한 전망도 나오고 있습니다.

 

가까스로 몸을 피한 사람들도 또다시 있을지 모르는 지진에 대한 공포와 어둠, 비까지 오는 추위 속에 놓여 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생존자를 찾을 가능성은 줄어들 수 밖에 없어 현지에서는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습니다.

 

알트태그-에르도안 대통령이 강진 현장을 방문해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강진 현장을 방문한 에르도안 대통령

 

■ 에르도안 대통령 "이렇게 큰 지진에 대비하는 건 불가능"

 

강진 발생 이후 튀르키예 당국의 대응에 대한 비판이 커지는 가운데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번과 같은 대형 재난에 대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라고 말해 파장이 커지고 있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부족한 점이 있지만 이렇게 큰 재난에 준비돼있기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고 외신들은 보도하고 있습니다. 구조작업 지연, 지난 20여 년간 징수한 '지진세'의 분명한 용처, 속절없이 무너진 건물들의 부실공사 정황 등을 놓고 불만이 고조되는 가운데 온 이 발언으로 분노가 더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 리더의 말 한마디가 일으키는 파장

 

우리나라도 다르지 않습니다. 후보 시절 '1일 1 실언'에 최근엔 주적 발언으로 외교적 논란을 일으킨 장본인이 대통령이기 때문입니다. 이태원 참사 직후 행안부 장관은 "경찰이나 소방 인력을  미리 배치함으로써 해결될 수 있었던 문제는 아니었다”고 말해 부적절한 발언이라는  성토가 이어졌습니다.

 

18세기 프랑스의 사제 디누아르는 '침묵의 기술'이란 책에서 "권위를 행사하는 이는 말과 침묵을 적절히 다룰 줄 알아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리더의 말 한마디가 갖는 힘을 말한 건데요 개인이나 조직에 예상치 못한 파장을 일으키기 때문입니다.

 

■ 야신 김성근 감독의 한마디에 바뀐 인생

 

2023 프로야구 신인 드래프트에서 NC 다이노스의 지명을 받은 목지훈 선수는 말 한디에 인생이 바뀐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알트태그-김성근과 목지훈 선수가 출연한 예전 광고. 스탠드에서 두 사람이 이야기 하는 모습
김성근 감독과 목지훈 선수가 출연한 광고

 

12년 전 목지훈 선수는 김성근 감독과 핫 초코 CF를 촬영했습니다. 당시 SK 와이번스를 맡고 있던 김성근 감독은 "할아버지 야구 잘하세요?"라는 질문에 "조금"이라고 답해 친근함과 웃음을 유발했습니다.

 

김성근 감독은 아이가 움직이고 달리는 모습에 "너 야구하면 되겠다"고 말했는데 이 말로 목지훈 선수는 야구를 시작해 프로구단의 지명을 받은 프로선수가 됐습니다. 목지훈 선수는 그때 해주신 한마디로 프로 선수가 되었다며 1군에 가면 첫 경기에 꼭 초대하고싶다고 말했습니다.

 

말 한마디의 힘과 영화

 

■ 굿 윌 헌팅(1977)"그건 네 잘못이 아냐(It's not your fault)."

 

굿 윌 헌팅은 유년 시절의 상처로 방황하는 수학천재가 심리학과 교수의 도움으로 조금씩 삶을 변화시키는 과정을 담은 영화입니다.

 

알트태그-숀 교수가 윌에게 말하고 있습니다.
영화 굿 윌 헌팅

 

수학, 법학,역사학 등 모든 분야에 재능이 있는 윌은 천재적인 두뇌를 가지고 있지만 어린 시절 받은 상처로 인해 세상에 마음을 열지 못하고 방황합니다. 윌의 재능을 알아본 MIT 수학과 교수가 대학 동기인 심리학 교수인 숀에게 윌을 부탁하게 되고 윌은 숀에게 상처를 위로 받으며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어릴 적 학대 받은 사실을 말한 윌에게 숀 교수는 10번에 걸쳐 "그건 네 잘못이 아냐"라고 말합니다. "It's not your fault. It's not your fault. It's not your fault".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네 잘못이 아니야". 흐느끼는 윌을 안고 숀 교수는 오직 그 한마디만 끝없이 속삭입니다.

 

이 한마디는 힘든 시기를 겪는 청춘들에게 지금까지도 통용되는 위로의 말로 상당한 치유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 영화 '사도', "다정한 한마디가 필요했다"

 

알트태그-사도의 한 장면. 세자가 아버지 영조의 뒤를 따라 가고 있다.
영화 사도의 한 장면

 

영화 '사도'는 세자가 뒤주에 갇히게 된 그날 상황을 보여주며 시작합니다.칼을 들고 아버지 영조가 있는 경희궁을 향해 갑니다. 정신도 혼미합니다. 역모를 일으킨 혐의를 받고 뒤주에 갇히게 됩니다.아버지 영조와 아들 사도세자 사이에 어떤 일이 있었길래 이런 비극적인 상황이 벌어졌는지를 재구성해 보여줍니다.

 

영화속에서 세자 사도는 말합니다.

"나는 임금도 싫고 권력도 싫소.

내가 바라는 것은 아버지의 따뜻한 눈길 한번,

다정한 말 한마디였소."

 

사도는 인정받고 싶었지만 아버지의 호통과 질책에 자꾸 움츠러들었고 엇나가고 말았습니다.

 

왕이었던 영조에게 비할 바는 아니지만 저에게도 자식에 대한 큰 욕심이 있습니다. 영화 '사도'는 이제라도 내가 아이에게 어떤 부모로 살아가야할지 묵직한 반성과 생각을 하게 만들었습니다.

 

말무덤‥"나쁜말은 묻어라"교훈

 

우리는 위로하고 격려하는 말 한마디에 고통과 슬픔을 추스르고 용기를 내 다시 일어섭니다.따스한 말 한마디를 접하면 웃음이 피어나고 그래도 세상은 살 만하다고 느끼기도 합니다.

 

하지만 지금 유통되는 언어의 질감은 결코 부드럽지 않습니다. 폭력적이고 자극적입니다.정치인들의 발언, 언론, 영화, 드라마의 대사들도 거칠게 느껴집니다.

 

■ 경북 예천 '말무덤'의 교훈

 

알트태그-예천 말무덤. 말을 묻은 무덤 옆으로로는 교훈을 새긴 바윗돌들이 놓여 있다.
경북 예천의 말무덤

 

경북 예천군 지보면 대죽리에는 '말무덤'이 있습니다.입으로 하는 '말(言)의 무덤(塚)입니다. 400~500년전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됩니다. 싸움의 발단이 된 '말(言)들을 사발에 담은 뒤 깊이 묻어 만들었는데 이후 마을에서는 싸움이 없어지고 지금까지 두터운 정이 이어지고 있다고 합니다.

 

말무덤 앞에는 손가락으로 입을 가리는 조형물이 세워져 있습니다. 주변 바위에는 '한 점 불티는 능히 숲을 태우고, 한마디 말은 평생의 덕을 허물어뜨린다'등 말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가르침이 새겨져 있습니다.

 

알트태그-현대인들이 서로 웃으며 대화하는 모습입니다.
서로를 살리고 행복하게 하는 말 한마디

 

갈등을 끊고 소통으로 이끄는 지혜는 말하기 보다 듣기입니다. 현대인에게는 '경청의 기술'이 필요합니다.

 

언어 커뮤니케이션에서는 경청에 힘쓰고 말하기를 줄여 6:4정도의 비율이 좋다고 합니다. 마음을 읽어 내고 한 걸음 더 나아가 공감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대화를 통한 공감은 테크닉이 아니라 관계를 소중히 여기는 것에서 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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