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교섭’ 2007년 한국인 피랍 실화
영화 '교섭'이 설 연휴 극장에 찾아옵니다. 영화 교섭은 2007년 실제 있었던 샘물교회 피랍사건을 소재로 제작됐습니다.
황정민과 현빈 주연에 임순례 감독이 연출을 맡았습니다. 황정민과 임순례 감독은 ‘와이키키 부라더스’ 이후 21년 만에
다시 작품에서 만났습니다.
영화는 아프가니스탄에서 선교 활동을 벌이던 우리 국민이 탈레반에 납치되면서 시작합니다.
■ "국민이기 때문에 국민을 구해야 한다"
사태 해결을 위해 전면에 나선 교섭 전문 외교관과 현지에서 잔뼈가 굵은 국정원 요원의 입장은 차이가 크지만
서로를 인정하고 공조를 통해 구출 목표를 이뤄내고야 맙니다.
요르단 로케이션 촬영으로 이국적인 배경이 화면에 펼쳐지고 예상과 달리 황정민이 교섭 전문 외교관,
현빈이 국정원 요원을 맡아 열연합니다. 드라마 우영우에서 큰 인기를 끈 강기영은 아프가니스탄 뒷골목에서 살아남은
잡초 같은 한국인 카심을 연기합니다.
일반적으로 탈레반과 구출을 설정하면 화려하고 호쾌한 액션을 기대하기 마련이지만 영화는 그것보다 '교섭’에 집중하며
‘구하러 간 사람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됩니다. '교섭'은 그동안 6주간 1위를 지켜온 ‘아바타 : 물의 길’을 제치고
예매율 1위에 올랐습니다. 설 명절 극장가에 한국 영화 흥행을 예고하고 하는 대표주자가 됐습니다.
실화를 기반으로 한 영화인 만큼 관객들 모두 영화의 결말을 알고 있는 상황, 또 종교 문제와도 연결되며 민감할 수 있는
부분을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흥행의 관건이 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2007년 탈레반의 한국인 납치 실화
2007년 7월 19일 아프가니스탄에서 한국인 23명이 이슬람 무장세력 탈레반에 납치됐습니다.
단기 선교와 봉사 활동을 떠난 샘물교회 신도들과 현지 안내를 맡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이슬람 극단주의 세력에게 한국인이 붙잡힌 사건 중 억류자가 이례적으로 많아 관심이 집중됐습니다.
■ 2명 숨졌지만 나머지 21명 구출은 기적
탈레반은 이들을 납치한 뒤 아프가니스탄에 주둔하고 있는 한국군의 즉각적인 철군을 요구했습니다.
또 인질들의 몸값과 포로로 잡힌 조직원 석방을 요구했습니다. 협상이 난항에 난항을 겪는 사이
탈레반은 봉사단을 이끌던 목사와 단원 한 명을 차례로 살해했습니다.
한국 정부는 대표단을 파견해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에 나섰고 피랍 26일 만에 인질 2명이 먼저 석방됩니다.
이후에도 교섭과 협상이 계속된 끝에 피랍 42일 만인 8월 30일, 살해된 2명을 제외한 나머지 인원 모두가 석방됐습니다.
■ 피랍사건이 던진 화두 '테러 단체와 협상'
'테러 단체와는 협상하지 않는다'는 것이 국제적 관례이지만 정부는 피랍된 국민을 구출하기 위해 위해 탈레반과
직접 협상을 벌였습니다. 국민을 구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지만 큰 논란을 낳았습니다. 이 사건을 계기로
공격적인 해외선교에 대한 비판여론이 강하게 일었고 기독교 내부에서도 반성의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피랍사건 이후 어떻게 됐나 ?
■ 정부 '여행금지제도' 도입
샘물교회 피랍사건을 계기로 우리 정부는 여행금지제도를 도입했습니다.
현행 여권법에 따르면, 외교부 장관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해 '위험 지역' 방문을 금지할 수 있고
어기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국가는 더 이상 책임지지 않고 이제는 개인이나 단체가 모든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겁니다.
여행금지국가에 대한 언론의 취재도 우리나라만 허가제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우크라이나 전쟁 취재가 대표적인 경우인데 국민 안전 vs 국민의 알 권리 사이에서 논란이 지속되고 있습니다.
■ 피랍사건 다룬 '송만순 회고록' 논란
피랍사건은 회고록 논란으로 이어져 정치권에서 큰 공방이 일기도 했습니다.
당시 외교부 장관이던 송만순씨는 회고록을 통해 탈레반이 정부의 신임장을 가진 한국 대표를 파견할 것을 요구했는데
당시 국정원장과 통일부 장관, 대통령 비서실장이 찬성했다고 주장했습니다. 송 전 장관은 테러단체에 정부 신임장을
제시하는 건 절대 안 된다고 주장해 결국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적었는데 커다란 정치공방으로 확산됐습니다.
■ 국가의 존재 이유와 책임을 묻다
피랍사건 이후 16년의 시간이 흘렀지만 사건을 바라보는 시선은 여전히 다양합니다.
사건에 대한 공감 보다는 금지된 곳에 몰래 입국한 탓에 벌어진 사건이라는 냉소적인 평가가 우세할 수도 있습니다.
임순례 감독은 탈레반이라는 잔혹한 집단을 상대로 국민 생명을 지켜야 하는 국가의 책임에 관해 말하고자 했다고
밝혔습니다. 영화가 말하고픈 직업적인 신념과 소명의식이 시비와 논란을 극복하고 흥행할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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