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령’ "총독을 암살하라"
영화 ‘유령’은 중국 작가 마이지아가 쓴 장편 소설
'풍성'(風聲)을 각색한 작품입니다. 원작 소설은
이미 TV 드라마와 영화로 여러 차례 각색될 만큼
유명한 작품인데 우리나라에는 아직 번역 출판되지
않았다고 합니다.
■ 영화 '유령' 주요 등장인물은 ?
영화 속 주요 인물은 5명입니다.
조선 최고 재력가의 딸이자
총독부 통신과에서 암호문 기록 담당하는 차경,
정무총감 직속 비서 유리코,
총독부 통신과 감독관 무라야마 쥰지,
통신과 암호 해독 담당 천계장,
신임 총독의 경호대장 카이토입니다.
항일조직 ‘흑색단’의 스파이인 유령이 활약하던
일제강점기 1933년, 조선총독부는 유령을 잡기위해
용의자들을 한 곳에 모아 가두고 색출을 시작합니다.
의심을 뚫고 탈출하기 위해 벌이는 사투와
'유령'의 멈출 수 없는 작전이
영화의 전후반부로 나눠 펼쳐집니다.
연출은 맡은 이해영 감독은 원작과 달리
처음부터 유령이 누구인지를 알려주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방식으로 영화를 만들었습니다.
추리물 형식을 완전히 뒤집어 버린 건데
이 때문에 ‘유령이 맞나’,
‘유령은 한 명뿐인 걸까’, ‘조력자는 없을까’하는
물음과 긴장이 영화 내내 이어질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 영화 '유령' 여성 캐릭터 열전
이해영 감독의 지난 작품은 2018년 개봉한
‘독전’입니다. ‘독전’은 남성 캐릭터가 주로 부각됐는데
이번 작품 ‘유령’은 여성들의 연대와 서사가
집중도 있게 그려집니다.
이해영 감독은 인터뷰를 통해
"독립운동을 하셨던 분들의 찬란함을
승리의 순간으로 보답하고 싶었던 마음이
있었다"고 말했는데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여성 독립운동가들에게 바치는
헌사와 헌정의 작품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유령'은 개봉 첫날 관객 4만 1천여 명을
동원하며 단숨에 박스오피스 2위에 올랐습니다.
‘흑색단’의 모티프 ‘흑색공포단’
영화 '유령'에 등장하는 항일 테러단체는 '흑색단'이지만
실제 중국 상하이에서 활약했던 항일 테러단체는
'흑색공포단'입니다. 일제에게는 검정 옷을 입은
공포의 대상으로 유명했습니다.
■ 독립을 위해 기꺼이 총을 든 조선의 '아나키스트'
비밀 결사단체인 ‘흑색공포단’은
무정부주의자인 독립운동가 백정기 선생이
단장을 맡아 일제의 주요시설 폭파,
요인암살, 친일분자 숙청 등을 추진했습니다.
약산 김원봉 선생이 조직한 ‘의열단’은
주로 국내에서 활동했고
‘흑색공포단’은 주로 중국에서 활약했습니다.
흑색공포단은 1933년 3월,
중국 상하이의 고급 식당인 ‘육삼정’에서
주중 일본공사와 일본에 매수된 중국 군벌간
비밀회동이 있다는 첩보를 얻고,
이들을 몰살하기 위한 거사를 준비했습니다.
■ “육삼정 3총사, 영화 ‘밀정’같은 함정수사에 당해”
하지만 사전에 정보가 새어나가면서
현장에서 체포되고 말았습니다.
당시 현장에서 압수된 폭탄은
앞서 윤봉길 의사가 홍코우공원에서 던진 것과
같은 것이었습니다.
‘흑색공포단’이 준비했던 ‘육삼정 의거’는
상해에서 벌어진 3대 항일운동의 하나로
손꼽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았습니다.
[상하이 3대 의거]
①육삼정 의거
②황포탄 의거
1922년 3월 28일 의열단원 김익상, 이종암 등이
일본 육군대장 다나카 기이치를 암살할 목적으로
상하이 황포탄 부두에서 벌인 의거
③홍커우 의거
1932년 4월 19일 한인애국단원 윤봉길 의사가
홍커우 공원에서 열린 일왕의 생일 축하 기념식장에서
폭탄을 던진 성공한 의거
한양대 박찬승 사학과 교수는
육삼정 의거 실패가 일본 경찰이 계획한
‘함정 수사’의 결과였다는 사실을
한국독립운동사연구소의 학술지를 통해
세상에 알린 바 있습니다.
'육삼정 의거'의 전모가 담긴 일본 외무성 문서에는
밀정을 동원했다는 내용에서부터
도망 경로와 은신처 지도, 폭탄의 크기까지
자세한 정보가 모두 담겨 있습니다.
일제가 얼마나 치밀하게 독립 투사들을
붙잡으려 했는지 엿볼 수 있습니다.
제대로 알려지지 않은 항일 독립운동
항일 독립운동가에 대한 서훈 논란에는
이념의 논쟁이 얽혀있습니다.
의열단장이자 임시정부 군무부장을 지냈고
백범 김구 선생보다 현상금이 높았던
일제가 가장 두려워한 대표적 무장독립운동가
약산 김원봉 선생은 아직 서훈을 받지 못했습니다.
북한 정권 초기 국가검열상, 노동상 등을 맡았고,
1958년 숙청됐습니다. 이 월북 후 행적 때문에
김원봉 선생은 유공자 선정에서 제외돼 왔습니다.
■ 사회주의 계열, 여성 독립운동가 재평가 필요
비단 김원봉 선생만이 아닙니다.
사회주의 계열 독립운동가들은 독립운동사에서
철저히 외면받고 있습니다.
예전보다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수 많은 이들의 이름과 공적은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공고한 반공 이데올로기,
이념의 높은 벽이 가로막아 선 때문입니다.
여성 독립운동가에 대한 재평가도 시급합니다.
그저 독립운동을 뒷바라지한 것으로 보는 것에서
벗어나 활동의 주체로 평가해야합니다.
독립운동가의 동지였고 어머니였고
가족이었던 여성에 맞는 새로운 ‘서훈기준’이
마련돼야 합니다.
영화, 드라마 같은 문화의 힘으로
예전의 시각에서 점차 달라지고 있지만
더 외면하기에는 오래된 사안이고
결국 해결해야만 하는 문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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