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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에 꼬리를 무는 영화 이야기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과 영화 ‘한공주', 드라마 '시그널'

by 소피스트28호 2024.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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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의 근황이 유튜브 채널을 통해 알려지면서 논란이 가열되고 있습니다. 20년째 공분을 일으키고 있는 사건의 진상과 이 사건을 다룬 영화, 드라마를 알아봅니다.

 

영화 한공주 썸네일


2004년 발생한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지난 2004년 모두에게 큰 충격과 분노를 안겨준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밀양 지역 고교생 44명이 중학교 3학년 여학생을 1년 이상 성폭행했습니다.


지금으로부터 20년 전인 2004년 12월, 가해자 중 한 명이 온라인 채팅으로 알게 된 피해자에게 밀양으로 한 번 놀러오라며 유인했습니다. 피해자는 밀양시 가곡동의 한 여인숙에서 무리들에게 처음으로 집단 성폭행을 당했습니다. 가해자들은 성폭행 장면을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한 뒤 인터넷에 유포하겠다고 협박해 피해자의 사촌언니와 여동생까지 범행대상으로 삼았습니다.

알트태그-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KBS 보도 화면 알트태그-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SBS 보도 화면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뉴스 보도 화면(2004년 12월 7일 당시)



가해자들은 이 지역 4개 학교 연합 폭력서클인 '밀양 연합' 소속으로 성인 폭력조직을 흉내내 온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범행에 직접 가담하지 않고 망을 보는 등 간접 관련자까지 합치면 무려 백 명이 넘습니다.

가해 무리들에게 무참하게 짓밟힌 14살 피해자는 고통 속에 내던져졌습니다. 받아주는 학교가 없어 전학조차 쉽지 않았고 보호받지 못한 채 방치됐습니다.

당시 고등학생이었던 가해자 44명은 어떻게 처리됐을까요 ? 검찰에 기소돼 재판에 넘겨진 건 10명, 20명은 소년부에 송치됐습니다. 기소된 10명 중 7명이 구속되기는 했지만 판결 이후 소년부로 넘겨지면서 최종적으로는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습니다. 가해자들은 1986년~1988년생으로 모두 당시에는 미성년자였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14명 중 13명은 피해자와 합의 했다는 이유로 '공소권 없음' 처분을 받았고 남은 한 명도 다른 사건에 연루된 것이 확인돼 다른 수사기관으로 송치됐습니다. 결과적으로 단 한 명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고 전과 이력조차 남지 않았습니다.

2004년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가해자
44명
기소→10명 중 7명 구속

판결 이후
소년부송치 10명
소년부송치 20명
합의 13명
기타 1명
(타 수사기관 송치)
형사처벌 없음



참고로 소년법에 따르면 만 19세 미만의 소년들은 죄를 짓더라도 형사처벌이 아닌 보호처분을 받을 수 있습니다. 보호처분에는 보호자 감호 위탁과 수강명령, 사회봉사명령등 1호에서 10호까지 10가지가 있습니다. 숫자가 높아질수록 엄중한 처벌이며 8호 이상 처분을 받으면 소년원에 송치됩니다.

보호처분
△1호 보호자 또는 보호자를 대신해 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자에게 감호 위탁
△2호 수강명령
△3호 사회봉사명령
△4호 보호관찰관의 단기 보호관찰
△5호 보호관찰관의 장기 보호관찰
△6호 아동복지법에 따른 아동복지 시설이나 그 밖의 소년보호시설에 감호 위탁
△7호 병원, 요양소 또는 보호소년 등의 처우에 관한 법률에 따른
소년 의료보호 시설에 위탁
△8호 1개월 이내의 소년원 송치
△9호 단기 소년원 송치
△10호 장기 소년원 송치



2차 가해 그리고 '사적 제재' 논란


당시 수사 과정에서 이해 못할 일들도 벌어졌습니다. 가해자들을 복도에 세워두고 피해자에게 직접 범인을 지목하게 하기도 했고, 여자 수사관 없이 남자 경찰들이 사건을 맡아 수사를 진행했습니다. 경찰이 피해자에게 밀양 주민도 아닌 게 밀양에 와서 물을 흐려 놓았다는 등의 모욕적인 언사도 한 사실이 확인됐고 여자애가 꼬리를 쳤기 때문이라는 식의 가해 학생 부모들의 인터뷰가 언론을 통해 알려지기도 했습니다.

 알트태그-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MBC 보도 화면  알트태그-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 2차 가해 논란 뉴스 화면
2차 가해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한 MBC 뉴스 보도



전학을 간 학교를 찾아와 탄원서를 써 달라는 요구도 하는 등 2차 가해가 심각했습니다. 결국 피해자는 학업을 마치지 못하고 지금도 힘든 생활을 이어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2007년 6월 16일
MBC 뉴스 후 보도
방송 내용
가해학생 "여자가 솔직히 한 번 그런 일이
있었으면 다시 안 만나야 되는 게
정상 아닙니까?
근데 그대 처음에 그랬을 때
경찰서에 신고하고 그랬으면
저희들이 이해를 하지..."
밀양주민 "여자한테 문제가 있으니까
남자가 그러지...꽃뱀이나
마찬가지지. 돈 딱 물고
합의 보고..."
서울ㅇㅇ고교 "사회적으로 물의를 일으키거나
이런 학생들은 우리가
좀 꺼려 하죠. 사실은."



최근 유튜브 채널 '나락보관소'를 통해 당시 가해자들의 근황이 전해지면서 다시 공분을 사고 있습니다. 가해자들의 신상 공개는 법적 테두리를 벗어난 사적제재 임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의 호응과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이번 사태 이전에 디지털교도소가 세간의 큰 관심을 끌었습니다. 의대생 살인 사건 피의자의 신상을 공개했는데 오히려 피해자의 사진과 SNS 계정이 퍼지며 논란이 일었습니다.

죄를 지으면 상응하는 벌을 받는다는 사회적 신뢰가 무너지면서 사적 제재 논란을 부르는 신상 공개와 2차 피해로 이어지고 있어 대책 마련이 필요합니다. 우선 가해자 위주인 현행 사법 체계를 피해자 중심으로 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또 솜방망이 처벌을 막기 위해 양형 기준을 대폭 손질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습니다.

사건을 다룬 영화 '한공주'와 드라마 '시그널'

① 독립영화 '한공주'

알트태그-영화 한공주 포스터
영화 한공주 포스터



2014년 개봉한 독립영화 한공주는 밀양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소재로 집단성폭행 피해자와 그를 대하는 우리 사회의 잔인한 모습을 그려냈습니다.

여고생 공주는 피해자인데 세상은 오히려 공주를 윽박지릅니다. 가해자의 부모들은 제 자식만 귀한 줄 아는데 아버지는 딸을 이용해 오히려 한몫을 챙기려합니다. 학교와 경찰마저 피해자 공주의 편이 아닙니다.

절망 속에 참담하게 끝날 것 같던 영화는 마지막 장면 반전과 함께 그래도 희망을 이야기합니다. 영화평론가 이동진은 "아마도 올해의 라스트신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라고 감상을 남겼습니다.

알트태그-한공주 예고편 바로가기
영화 ㅎ나공주 예고편 바로가기



천우희 배우가 주인공 한공주를 맡아 열연을 펼쳤고 이수진 감독의 연출이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어내면서 독립영화로는 관객동원 22만 명이라는 흥행기록을 세웠습니다.

제35회 청룡영화상에서 여우주연상과 신인감독상을 수상한 것을 비롯해 국제영화제에서도 많은 상을 거머쥐었습니다.

②tvN 드라마 '시그널'

2016년 방영된 드라마 시그널 11화는 인주 여고생 성폭행 사건을 중심으로 줄거리가 전개됩니다. 여고생을 성폭행한 남학생 18명을 고발하는 글이 학교 홈페이지에 올라오고 피해자가 자살을 시도하면서 파문이 확산됩니다.

알트태그-드라마 시그널 포스터알트태그-시그널 11회차 방송 내용
시그널 메일 포스터와 11회 방송 내용



학교 불량서클 학생들이 저지른 범행, 가해 학생들의 부모가 여자애가 작정하고 꼬리친 거다라고 주장하는 내용 등은 밀량 여중생 성폭행 사건을 떠올리게 합니다. 드마라 속에서 가해자, 권력을 가진 이들은 자기 아이를 보호하기 위해 피해자를 공격하고 사건을 은폐하고 축소하는 모습도 닮아 있습니다.

알트태그-시그널 11회차 방송클립 보기
드라마 시그널 바로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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