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닭볶음면이 매운맛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았습니다. 삼양식품의 매출 2/3가 여기서 나왔는데 최근 덴마크 정부가 리콜 조치를 내려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맵부심 기원은 무엇일까요 ?
불닭볶음면 세계적 인기와 덴마크의 리콜
불닭볶음면은 삼양식품 전종윤 회장의 며느리 김정수 부회장의 작품입니다. 찜닭 관련 제품을 만드는 과정에서 매운맛의 가능성을 확인하고 1년간의 연구 끝에 만들었다고 합니다.
①며느리가 만든 매운맛, 세계를 사로잡다
2023년 삼양식품은 처음으로 매출 1조 원 시대를 열었습니다. 1조 1,929억 원, 그런데 이 매출의 3분의 2는 불닭볶음면에서 나왔습니다. 1989년 우지(牛脂) 파동으로 시장 점유율이 크게 하락했던 삼양은 30년 만에 다시 1위에 등극했습니다.
우지파동 정리 | |
우지파동이란 ? |
△ 1989년 검찰에 날아든 익명의 투서에서 시작 △ 공업용 우지(소기름)로 면을 튀기고 있다는 내용 △팜유를 사용하던 농심을 제외한 삼양 등 5개 업체 적발 △ 소기름을 공업용으로 분류한 미국 기준에 따른 조치 △ 1997년 대법원 무죄 판결 |
시장점유율에 미친 영향 |
△ 삼양라면 당시 3개월 공장가동 중지 제품 전량 회수 등으로 피해금액 4천억 원 추산 △ 우지파동으로 삼양 시장점유율 급추락 △ 농심, 부동의 1위 자리 굳힘 |
뉴욕타임스는 인기 요인을 3가지로 분석했습니다. 매운맛에만 집착하지 않고 덜 매운 까르보나라 맛을 개발해 세계인의 접근성을 높였고 저마다 자유로은 레시피 변형이 가능하며, 사진으로 남기기 좋다는 점을 꼽았습니다.
이런 분석을 증명하듯 외국인들 사이에서는 매운맛 챌린지가 유행처럼 번져나갔고 미국위 유명 래퍼 카디비의 먹방 영상은 한 달 만에 3,200만 회가 넘는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업계에서는 2024년 올해 역대 최대 수출 기록을 또 다시 경신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습니다. 키움증권은 삼양식품의 목표주가를 83만 원으로 상향 조정했습니다. 매운맛 소스를 만들어 공급하는 회사(에스앤디)도 연일 상한가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②덴마크의 리콜 결정..전망은 ?
덴마크 수의식품청(DVFA)이 삼양식품의 3개 제품에 대해 리콜 조치를 내렸습니다. 해당 제품은 핵불닭볶음면 3XSpicy, 핵불닭볶음면 2XSpicy, 불닭볶음탕면입니다.
한 봉지에 든 캡사이신 수치가 너무 높아 급성 중독을 일으킬 위험이 있고 특히 어린이들에게 매운 음식은 해가 될 수 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제품을 가지고 있다면 폐기하거나 구입한 곳에 반품하라고 했습니다.
매운맛을 나타내는 스코빌 지수를 살펴보면 불닭볶음면은 4,400, 매운맛 2배 제품은 6,000, 3배 제품은 1만 3,000입니다. 일반적인 삼양라면은 950, 이보다 더 매운 신라면 더 레드와 진라면 매운맛은 2천에서 3천정도입니다.
스코빌지수(SHU) | |
삼양라면 950 |
신라면 더레드 7,500 |
불닭볶음면 4,400 |
틈새라면 빨계떡 9,413 |
청양고추 4천~1만 |
캐롤라이나 리퍼 220만 |
매운맛에 익숙하지 않다면 먹기 어려울 만큼 매운 것도 사실이지만 이번 리콜 조치를 두고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매운맛의 기준은 사람에 따라 다르고 건강에 문제가 없는 사람에게도 판매를 금지하는 건 지나친 조치라는 겁니다. 또 실제 이 제품들로 인한 급성 중독 사례가 있었는지 등도 아직 알려지지 않고 있습니다. 삼양식품은 "캡사이신 함량이 잘못 계산됐다"는 취지의 반박 의견서를 덴마크에 전달할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한국인의 맵부심 기원은 ?
한국인은 매운맛을 잘 먹는다는 자부심, 이른바 맵부심이 대단합니다. 하지만 원래 우리 전통음식은 맵지 않았습니다. 고추는 임진왜란 이후 일본에서 건너왔고 18세기에 이르러서야 빨간 김치와 고추장이 조선을 대표하는 음식이 됐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우리나라의 고추 소비량은 1인당 연간 3.3kg으로 세계적으로 높습니다. 멕시코와 태국도 고추를 좋아하지만 우리처럼 고추를 생으로 먹거나 고추장에 찍어 먹지는 않습니다.
이런 맵부심의 기원을 두고 재미난 가설이 있습니다. 고추 재배 시기는 전란 이후와 묘하게 겹치는데 큰 전쟁을 치르면서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자연스럽게 매운맛을 찾게 되었다는 겁니다.
또 생존 차원의 스트레스가 매운맛에 대한 집착을 만들어냈다는 논문도 있습니다. 2009년 국립민속박물관 안정윤 학예연구원은 '고추, 그 매운맛에 대한 역사민속학적 시론-한국 사회는 왜 고추의 매운맛에 열광하는가' 라는 논문을 통해 6.25 전쟁과 빈곤, 기아 같은 스트레스가 매운맛을 찾게 했다고 추론했습니다.
최근엔 외래종 고추를 사용해 만든 극단적으로 매운 음식과 중국 마라탕 열풍이 불고 있는데 경제불황과 청년 실업 등에서 비롯된 현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미국의 시사주간지 타임도 인간미 매운맛에 끌리는 이유는 스스로를 극한으로 몰아넣는 과정에서 쾌감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보도했습니다.
영화 속의 라면과 매운맛
한국을 대표하는 음식 라면과 매운맛은 우리 영화 속에도 많이 등장합니다.
①기생충 '짜파구리'와 오징어 게임 '생라면'
아카데미상 수상 이후 관련 매출이 급증하는 것을 '오스카 범프'라고 합니다. 영화 기생충의 수상으로 영화 속에 나온 상품 중 짜파구리가 특히 큰 인기를 끌면서 짜파게티와 너구리 판매가 급증했습니다. 짜파구리를 먹고 싶다는 해외 팬들의 요구 때문에 농심에서는 완제품 형태의 짜파구리 컵라면을 새로 만들어 월마트에 납품했습니다.
영화 속 짜파구리에는 비싼 한우 채끝살이 토핑으로 올라가 가난과 부를 대조적으로 보여주는 주요 소재로 사용됐습니다.
오징어 게임 2화 지옥편에서는 이정재 배우와 오영수 배우가 재회해 편의점에서 생라면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는 장면이 나옵니다. 생라면은 부자가 가난한 사람을 가지고 노는 게임이라는 설정에 가장 적합한 소재로 사용됐습니다.
오징어 게임이 크게 흥행하면서 삼양식품은 생라면을 취식할 수 있는 레시피를 개발해 글로벌 마케팅을 추진하기도 했습니다.
② 범죄도시 장첸의 음식 '마라롱샤'
영화 '범죄도시' 1편에서 윤계상이 연기한 흑사파 보스 장첸은 마라롱샤를 먹습니다. 마라롱샤는 민물가재인 롱샤를 튀기거나 삶은 뒤 매운 마라 양념에 볶아 만든 요리인데 장첸은 손으로 롱샤를 집어 거칠게 씹어 먹습니다.
잔인한 캐릭터를 잘 보여주는 장면에 매운맛 음식이 잘 사용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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