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와 진보 또는 좌파와 우파는 주로 정치 성향을 나타내는 말로 사용됩니다. 어떤 뜻이며 차이점은 무엇인지, 또 한국 사회에서는 어떻게 규정되고 있는지 알아보겠습니다.
보수와 진보, 유래와 정의
정치적 성향을 말하는 보수와 진보, 좌파와 우파는 18세기 프랑스 대혁명 시기에 처음 등장했습니다.
① 좌파와 우파
1789년 프랑스의 루이 16세는 재정 파탄을 해결하기 위해 '삼부회'를 열었습니다. '삼부회'는 프랑스의 세 신분인 귀족과 성직자, 평민이 참여하는 신분제 의회입니다.
삼부회 결과 재정 부담이 평민에게 떠넘겨지자 이에 반발한 평민과 일부 귀족이 모여 '국민의회'를 결성했습니다. 이 회의에서 왕정을 무너뜨리자는 '공화파'가 '왼쪽'에 앉고 왕정을 유지하자는 '왕당파'가 '오른쪽'에 앉으면서 좌우의 개념이 처음으로 생겨났습니다.
1793년 프랑스 혁명을 통해 루이 16세가 처형된 이후 열린 국민공회에서도 급진 개혁을 주장하는 '자코뱅파'가 '왼쪽에', 점진적 개혁을 주장하는 '지롱드파'가 '오른쪽'에 위치했습니다. 앉은 위치와 정치적 입장의 차이가 '좌파'와 '우파'라는 용어의 기원이 됐습니다.
② 보수와 진보
좌우의 개념을 넘어 정치적 의미의 '진보'와 '보수'의 개념이 뒤따라 등장했습니다. 인간 이성의 합리적 능력을 중시하는 계몽주의가 과학은 물론 사회, 정치, 도덕의 영역까지 확대 적용되면서 진보의 개념이 생겨났습니다.
인간은 이성을 통해 구세대의 질서와 가치관을 깨트리고 보다 바람직한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고, 이성적 사고를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인간은 평등하다는 것이 진보의 입장입니다. 더 나은 세상을 만들기 위해 사회적 변화가 적극적으로 추진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진보는 역사를 통해 다양한 형태로 드러났습니다. 18세기 절대 왕정에 대항한 자유주의, 산업화 이후 부르주아와 프롤레타리아 계급간 투쟁에서 나타난 공산주의도 기전 질서의 모순을 개혁하기 위한 진보주의의 산물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정치철학으로 보수 또는 보수주의는 프랑스 혁명에 대한 반발 속에 출현했습니다. 에드먼드 버크가 1790년 발간한 저서 프랑스혁명에 대한 고찰에서 과격한 양상으로 치달은 것을 비판하며 과거에서 이어받은 물질적 정신적 유산을 변화를 통해 지켜내는 것을 보수라고 규정한 것에서 기원했습니다.
보수는 인간의 이성에 한계가 있다는 입장입니다. 자신의 이익을 우선적으로 추구하기 마련인데 이런 인간사회의 현실을 인정하고 완벽한 평등도 불가능하다고 봅니다. 필요한 경우에만 기존 제도를 수정할 수 있고 유지되어야 할 질서가 무너지면 혼란이 발생할 것을 우려합니다.
보수(우파)와 진보(좌파)의 차이
서구 근대문명의 산물인 보수와 진보는 앞서 살펴본 것처럼 사회를 보는 관점의 차이입니다. 관점이 다르면 진단이 달라지고 처방도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좌파 | 우파 |
경제적 평등, 성장보다 분배 |
경제적 효율, 분배보다 성장 |
국가주도 경제 | 시장주도 경제 |
노동자 입장 대변 | 시장, 기업입장 대변 |
공동체, 사회 전체 이익 중시 |
개인의 이익, 경제적 자유 중시 |
진보주의 (progressivism) |
보수주의 (conservatism) |
분배 | 성장 |
자유주의 (개인의 사회적 자유 중시) |
권위주의 (권위와 질서 중시) |
변화에 적극적 (기존 질서 개혁) |
변화에 소극적 (기존 질서 유지) |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겠습니다. 보수적 입장을 가진 공화당과 진보적 입장을 가진 민주당은 정책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공화당은 보이지 않는 손에 따라 시장이 작동하기 때문에 정부는 공정한 관찰자 역할만 담당하면 된다는 입장입니다. 작은 정부를 지향하며 세금을 인하하면 민간은 소비를 늘리고 기업은 투자를 확대한다고 믿고 있습니다.
반면 민주당은 큰 정부를 지향하며 시장을 그대로 두면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정부는 재정을 투입해 경기를 부양하고 복지를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정리해 보면 좌파 성향을 가진 사람은 진보, 우파 성향을 가진 사람은 보수일 가능성이 큽니다. 자본주의가 지배적인 경제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현대사회에서 자본주의를 옹호하며 성장을 중시하는 사람은 우파일 가능성이 높습니다. 기존 체제와 사회적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전통과 종교, 법, 질서를 중시합니다.
반면 진보는 자본주의에 비판적이고 분배를 중시하며 사회 전반의 변화를 주장합니다. 따라서 사회적 질서보다 개인의 자유를 우선시하고 여성과 성소수자, 장애인 같은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의 권리와 평등을 강조합니다.
한국 사회에서 보수와 진보
서구사회는 18세기 프랑스 혁명 이후 긴 시간동안 보수와 진보의 개념이 변화, 발전하며 자리잡았고 사상의 자유가 보장된 곳답게 서로의 차이를 인정하며 공존하고 있습니다.
보수와 진보의 인식 차이는 어디에서 비롯되는지, 그 원인을 찾기 위한 다양한 연구들이 진행되며 관심을 모으고 있습니다. 뇌 구조가 다르다거나 유전적 또는 성격 차이 같은 선천적 요인 때문이라는 연구결과도 나와 있습니다.
반면 한국 사회는 어떻습니까? 보수와 진보로 갈려 자신이 지지하는 쪽만 옳고 반대쪽은 그르다는 신념이 강하게 자리잡았습니다. 갈등은 갈수록 커지고 있습니다.
보수는 수구에 가까운 행태를 보이고 있고 진보에 대해서는 좌파, 더 나아가 종북이라는 말로 낙인찍고 있습니다. 전쟁과 분단에서 비롯된 것으로 극복은 커녕 점점 더 고착되고 있습니다. 중앙대 김누리 교수는 분단과 냉전 체제 속에서 우리나라는기형적인 나라가 됐고, 그 안에서 사는 사람들도 병든 사람들이 되었다고 진단합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 한국의 사회지표 결과를 봐도 다르지 않습니다. 지난해 우리 국민이 가장 크게 느낀 사회 갈등은 보수와 진보를 둘러싼 것으로 응답 비율은 82.9%, 2위 빈곤층과 중상층간 갈등, 근로자와 고용주간 갈등, 개발과 환경 보존 등 8가지 항목 중 가장 높게 나타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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